"신흥시장에서의 주식 비중 조정 과정...일시적 차익실현"
[아시아경제 이솔 기자]외국인 투자자가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1조4000억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아시아 신흥국가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각국이 긴축의 고삐를 당기고 있는데다 원·달러 환율까지 하락추세를 보이면서 환차익 기대가 줄고 있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실제 해외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는 한국 증시의 현주소는 무엇일까? 11일 삼성증권이 홍콩, 런던과 뉴욕에 위치한 현지법인을 통해 들어본 외국인의 시각을 점검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상반기에는 선진국 시장을 신흥국 시장 보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신흥 시장은 인플레이션과 통화 긴축 등 뉴스 흐름이 나쁘지만 미국과 같은 선진 시장은 이제 막 민간 부문에서 회복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는 한국 시장 뿐 아니라 아시아 신흥국 전체로 시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흥 주식시장 전반에서 비중을 줄이면서 한국 시장에서도 매도에 나선 것일 뿐 한국 시장만의 투자환경 악화로 판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오 팀장은 "외국인 매도 배경으로 다양한 요인을 꼽을 수 있지만 종합해 보면 지난 2년간의 공격적 매수로 확보한 수익을 지키겠다는 심리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며 "외국인 매도는 1~2개월 동안 이어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009~2010년 2년 동안 54조원 가까이를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꽤 오랜 기간 주가가 오름세를 보였던 화학 자동차 조선업종에서는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차익실현에 나섰다. 반면 업황이 돌아설 것으로 보이는 IT와 은행 보험 철강 업종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다만 외국인 투자자가 당장 매수로 급선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본격 매수로 입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줄어야 하고 실적 모멘텀이 안정되어야 하며 뮤추얼펀드에서의 자금이탈이 진정되어야 한다고 꼽았다"고 덧붙였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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