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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누구를 위하여 유류세를 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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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대통령님, 누구를 위해 유류세 인하를 검토합니까?" MB에게 묻고 싶다. 기름값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지난 설을 앞두고 TV좌담회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유류세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달 13일 '주유소 행태 묘하다'고 발언한 이후 또 한번 기름값을 통한 물가 관리 의지를 보인 것이다.

결론부터 되짚자면 유류세 인하로 실익을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게 정설이다. 소비자는 가격인하를 체감하기 힘들고, 정부는 알토란같은 세원만 잃는 꼴이 되기 때문.


현재 휘발유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로 리터(ℓ)당 대략 900원 수준이다. 세금을 10% 내린다고 가정하면 기름값이 ℓ당 90원정도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

보통 가정에서 1회 평균 5만원어치 기름을 넣는다고 가정하면 2400원 정도가 남는다. 그렇지만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가격상쇄를 감안하면 소비자가 체감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조세저항이 적은 안정적인 세원을 구멍을 뚫는 우를 범하게 된다. 유류세는 곳간에 쟁여둔 곶감마냥 빼 쓸 수 있는 돈처럼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인데 여차하면 재정적자 우려를 키울 수 밖에 없다. 기획재정부가 대통령의 잇따른 발언에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유사도 마찬가지다. 당장 가격을 내리면 1~2%에 불과한 영업이익률을 갉아 먹을 수 밖에 없다. 그 마저도 해외 수출을 통한 이익이 대부분이라 내수시장에서는 속된말로 밑지고 팔아야 한다.


에너지 절약이라는 전 지구적 가치에도 어긋난다. 시장의 수급에 따른 가격인하가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기름값을 내리는 것은 결국 정부가 기름 사용을 조장하는 모습으로 비치게 된다.


유류세는 '간접세'인 탓에 많이 쓰는 대기업이나 조금 쓰는 서민이나 같은 세금을 낸다. 곧 유류세 인하로 덕을 보는 것은 서민이기보다는 대기업이다. 결국 유류세 인하는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정책인 것. 대통령은 기름값을 내리는데 초점을 잡기보다는 어떻게 효과적인 수급 관리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이윤재 기자 gal-ru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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