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어제 "자본시장법을 시장 주도로 전면 개편해 혁명적 빅 뱅이 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에서 초대형 프로젝트를 하면 한국 업체 이름이 꼭 들어가 있으나 자금 조달 문제로 한계에 봉착한다"면서 "세계적 투자은행(IB)이 등장할 수 있는 토양을 정부가 만들어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IB 육성을 위해서는 수출입은행 등의 공공부문 기능을 재편하는 동시에 민간부문에서 파워풀한 IB가 나올 수 있도록 '투(Two) 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나라 금융 산업은 세계 10위권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게 낙후돼 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만한 금융기관도 없고 금융기법도 뒤져 있다는 평가다. 금융산업을 일으키고 풍부한 국제 유동성의 물꼬를 터준다는 점에서 자본시장을 정비할 필요성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정부가 억지로 등을 떠밀고 합친다고 단숨에 실력이 늘거나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김 위원장이 먼저 검토해야 할 작업은 정책금융 기능의 통합이다. 이 정부 들어 산업은행 민영화를 추진한다면서 산은에서 공적 기능을 따로 떼어 '한국정책금융공사'를 2년 전 설립했다. 이에 따라 정책금융 기능은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를 포함해 4곳으로 쪼개졌다. 일본이 2008년 난립한 정책 금융기관을 하나로 묶어 '정책금융공고(政策金融公庫)'를 설립한 것과 반대 방향으로 간 것이다. 이 같은 시행착오를 바로잡으려면 산은 민영화 재검토와 정책금융공사와의 통폐합이 필요한데 쉽지 않은 과제다.
김 위원장은 또 "외국 헤지 펀드는 한국에 와서 자유롭게 투자하는데 한국 투자자들은 헤지펀드를 만들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헤지펀드 육성을 강조했다. 외국처럼 펀드의 차입 한도를 없앨 것으로 예상되는 말이다. 그러나 과도한 금융규제 완화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초래했으며 우리가 충격을 덜 받은 것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강했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김 위원장이 "시장 안정도 회복됐고 체력도 갖췄다"고 자신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그는 "능동적으로 바람처럼 빠르게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또 다른 시행착오를 빚지 않도록 좀 더 금융계와 정부 내 의견을 수렴해 진중하게 추진했으면 싶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