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최근 국제 금 시세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국제 금값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국제 금값 전망도 상승보다는 하락쪽에 쏠려 있어 금ETF의 부활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 금선물 근월물 가격은 전일대비 1.61% 상승한 온스당 1353달러였다. 최근 이집트 사태로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지난해 12월7일 기록한 1432.5달러에 비해 5.5% 이상 떨어진 수치다. 금은 지난 1월 6개월 만에 첫 월간 하락을 기록하며 5% 이상 주저앉았다.
금값이 떨어지자 금값을 추종하는 금 관련 ETF들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HIT 골드ETF는 지난 1월 한달간 7.8% 하락했고, KODEX 골드선물ETF는 5.75% 하락했다.
진짜 문제는 거래량이다.HIT 골드ETF의 지난 1월 일평균 거래량은 3744주에 불과했다. 지난달 26일에는 885주가 거래됐을 뿐이다. KODEX 골드선물ETF의 경우 2만911주로 좀 나은 모습을 보였지만 이 또한 전체ETF 거래량 상위 10위권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ETF의 장점인 자유로운 매매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유동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거래량이 적으면 이 장점을 살릴 수 없다.
향후 금값 전망도 밝지 못하다. 지난 1월 금값 하락세의 주요 원인이었던 미국 경기회복세가 여전하다는 점,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 등이 앞으로도 금값 상승세를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주요 증시가 연고점을 돌파하면서 사람들이 금을 사야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 금값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다만 이집트 사태가 심화되고 있고, 아랍권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낙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어두운 금값 전망은 금 관련 ETF에도 악재일 수밖에 없다.
국내 금 시장이 열리지 않아 해외 상품시장 금 가격을 추종해야 한다는 점도 금 ETF의 태생적 한계로 꼽힌다. 해외 상품시장과의 시차로 국내 ETF거래 시간에 금값의 변동성이 제한돼, 자유로운 매매와 이를 통한 차익거래라는 ETF의 매력을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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