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럽 경제권이 재정위기 문제로 홍역을 치른 한 해였다. 2008년 이후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이 국제통화기금(IMF)에 차관을 긴급 요청한 데 이어 지난해 5월에는 그리스가, 11월에는 아일랜드가 유럽연합(EU)과 IMF로부터 각각 구제금융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유럽지역의 재정위기는 구제금융 지원에도 불구하고 쉽게 수그러지지 않고 오히려 확대되는 느낌이다. 금년 들어 포르투갈의 구제금융설이 꾸준히 나돌고 있는 가운데 스페인, 이탈리아 등으로까지 위기확산 가능성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 투자자들의 우려는 이들 국가가 채무재조정 및 경제 구조개혁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 노력보다는 자금지원에 의한 국가부도 회피에 급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들 국가가 국가부도 우려상황에 처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이들 국가의 대부분은 산업경쟁력 저하로 장기간의 경상수지 적자 등 경제의 불균형이 심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외화차입 및 사회보장지출을 방치하면서 국가재정상태가 크게 악화된 공통점이 있다.
특히 아일랜드는 외국자본과 건설경기에 과도하게 의존한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음으로써 수출 부진, 부동산버블 붕괴 등으로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과 세수급감에 빠지게 됐다. 결국 아일랜드의 위기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세수가 감소하고 부동산거품 붕괴로 부동산 담보대출이 대거 부실화된 은행에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결과물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들 유럽국가의 재정위기 경험이 주는 교훈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일부 국가에 국한될지 유럽지역 전체로 확산될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유럽의 재정위기가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 유럽경제의 장기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에 수출 및 고용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고 그동안 주식 및 채권시장에 계속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도 대거 유출될 우려가 있다. 우리가 유럽경제의 위기진전 상황과 실물경제에의 파급효과를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이유이다. 대체 수출시장을 꾸준히 개척하고 외국자본의 유출입이 국내경제를 교란하지 않도록 적절한 대응책을 시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현재로선 양호한 수준이지만 저출산 및 인구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복지수요 및 통일대비 재정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 재정수지가 악화되지 않도록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국가재정의 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근 국내 금융기관(특히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주택 등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도 매우 높은 만큼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을 상시 점검해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감시감독정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유럽의 새로운 강소국(强小國)으로 부상하면서 '켈틱 타이거(Celtic Tiger)'라고 불리기도 했던 아일랜드가 일거에 몰락한 뼈 아픈 교훈에 유의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제조업의 뒷받침 없이 건설 및 부동산 부문이 경제성장을 견인해 나가면서 금융기관 대출자금이 이 부문에 과도하게 유입될 경우 금융시스템 위험이 축적돼 재정수지 악화 및 국가부도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시스템과 부동산거품의 잘못된 만남을 방치해 재앙을 부르는 정책실패를 우리는 유럽의 위기에서 충분히 본 것이다.
류후규 금융안정분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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