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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청년백수를 위한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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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청년백수를 위한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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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단에 선 첫 날을 평생 잊지 못한다. 강의실을 촘촘히 메우고 바로 코앞까지 와서 얼굴을 들고 나를 바라보던 말똥말똥한 눈망울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눈빛이 학생마다 다른 것을 느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눈동자의 심연이 깊어 보였다. 미래에 대한 암울한 걱정이 서려 있었다.


요즘 젊은이들의 취직 문제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토플 등 영어시험 준비는 기본이다. 취업 목표가 정해지면 관련분야 동아리 활동은 물론 봉사활동, 공모전도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 면접공부와 원서작성 연습까지 한단다. 과거에는 고시라고 하면 행정고시, 사법고시 등을 연상했지만 이제는 '신이 내린 직장', '신도 모르는 직장', '신이 자기가 가려고 감추어 놓은 직장' 등 '신(神)고시'가 대세다. 그러다 보니 요즘 대학 캠퍼스에 가면 취업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풍경이 됐다.

이 시대 젊은이들의 고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소위 스펙을 쌓는다고 언어연수를 하거나, 재학 중인 상태에서 취직하기 위해 휴학을 많이 하다 보니 8학기만에 졸업하는 것을 오히려 예외로 여길 지경이다. 자연히 부모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은 더뎌지고 결혼은 더더욱 늦어지게 된다. 지난해 미혼남자의 평균 결혼연령은 31.6세, 여자는 28.7세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높아지고 있다. 통계 비교가 가능한 1990년의 남자 27.8세, 여자 24.8세에 비해 남자는 3.8세, 여자는 3.9세씩 높아졌다. 결혼연령이 높아지다 보니 초산은 늦어지고 출산율도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청년실업 현상은 선진국에서 공통으로 발생하는 문제다. 선진국의 경우 대체로 급격한 경제성장이 없어 젊은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는 흡수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우리는 실패한 일본의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프리터족, 니트족이 늘어났을 때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젊은층의 의지 문제라고 여겼다. 20여년이 지난 현재 일본의 15~24세 프리터족은 줄고 있지만, 잃어버린 10년 기간에 사회로 진출한 25~39세의 프리터 숫자는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가 없다.


지금 우리나라의 청년실업은 10년 이상 누적된 것이고 사상 최악이다. 하지만 과거의 대책은 대부분 일시적인 고용쇼크를 벗어나기 위한 단기대책 위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가전략 차원의 대책이다. 이미 청년실업 문제는 세수감소, 혼인기피, 저출산 문제 등으로 확산일로에 있다. 청년실업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정부대책만으로 해결될 사안도 아니다. 이 문제는 사회적 비용 없이 풀기 어렵다. 장년실업, 여성실업, 고령자실업 등 모든 실업이 불행을 수반한다. 하지만 청년실업은 이에 그치지 않고 국가적, 사회적 위협으로 비화하기 십상이다. 급속한 고령화ㆍ저출산 사회구조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경쟁력 제고 및 생산성 향상으로 이 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비틀거리던 한국경제를 반듯하게 일어서게 한 원동력은 국민과 기업의 열정과 의지,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이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공신은 젊은이들이다. 우리는 고통스럽지만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고 그 최우선에 젊은이들의 고민을 풀어주는 문제가 자리 잡아야 한다. 젊은이들을 위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노력에 모두 동참해야 한다. 세계를 무대로 뛰고 경쟁을 주저하지 않으며, 창조적 도전정신에 불타는 우리의 젊은이인 '주요 20개국(G20) 세대'가 대한민국의 희망찬 등불이 되게 해야 한다.




이인실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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