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쳇말로 요즘 중국은 잘 나간다. 정치ㆍ경제ㆍ외교ㆍ국방 등 어느 것 하나 못하는 게 없다.
공산당 일당체제는 굳건하다.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다.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경제는 그 실적이 눈부시다. 지난해 성장률은 무려 10%였다. 대외교역도 순풍을 받은 돛대 같다. 미국에서만 지난해 2268억달러의 흑자를 거뒀다. 외환보유고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2조8500억달러에 이르렀다.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의 각종 기업과 광산을 싹쓸이하는 쇼핑을 할 수 있었다.
중국 돈인 위안화 입지도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동남아 국가와 중국의 교역시 결제 통화로 사용하도록 했고 많은 국가들이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다. 일부 동남아 국가는 중국 국채를 사들여 외환보유고에 넣기도 했다.
또 지난해 10월 말 현재 9068억달러의 미국 국채도 보유하고 있다. 빚으로 산다는 미국을 뒷받침하는 국가가 다름아닌 중국임을 입증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뿐이 아니다. 휴대폰 등 IT 기기 제조에 꼭 필요한 '산업 비타민' 희토류도 다량 보유하고 있다. 수출을 적절히 제한함으로써 경쟁국들의 애간장을 태울 여지도 마련해 뒀다.
중국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은 지난해 12월 세계 경제백서에서 "중국이 세계 2위의 강대국이 됐다"고 공식 선언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센터가 미국인 15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보니 미국인의 47%가 중국을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라고 답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것은 결코 이상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국방은 또 어떤가. 양안관계가 험난해질 때마다 중국 근해를 항진하는 미국 항공모항이 못마땅했던 게 중국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790억달러의 국방비를 투입해 군사력 건설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일설에는 1500억달러를 투입했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세계 2위 규모다.
그 덕분에 국산 항모가 진수 직전에 있다. 더욱이 미국 항모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초음속 대함미사일 'DF-21'도 만들어 미 항모가 중국 근해를 유유히 항진하는 일은 없게 만들었다. 미국이 자랑하는 스텔스기 비행도 시험을 마쳤다. 핵잠수함과 대함 및 대공 미사일을 갖춘 구축함 등도 배치 수량을 늘려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스프래틀리제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에 대한 수위를 높일 태세다. 일본과 마찰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외교에서도 중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후진타오 국가주석는 18일 국빈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500명을 수행하고 가서 위안화 절상문제와 북핵 등을 놓고 미국과 담판을 벌일 것이라고 한다. 이제 중국이 G2가 아니라고 할 국가나 사람은 세계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은인자중하며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르자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슬로건은 그 목적을 달성했다.
그렇다면 중국의 다음 행보는 '화평굴기(和平掘起)'인가.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일어서되 패권으로서가 아니라 평화롭고도 평등하게 세계와 관계하며 존중받는 의로운 리더가 될까?
답이야 중국이 하겠지만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게 현실이다. 실제로 요즘은 '거침없이 상대를 압박한다'는 뜻의 '돌돌핍인(??逼人)'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영유권 분쟁이나 노벨상 관련 중국의 태도를 보건대 더욱 그렇다. 진시황제 이후 중국인의 DNA에 각인돼 있는 '패권본능'으로 중국이 질주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중국은 아시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희준 부국장 겸 국제부장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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