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금융권에는 그야말로 '빅뱅'이라 할 수 있는 대형 이슈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KB금융지주는 대규모 희망퇴직에 이어 성과향상추진본부를 만들었고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는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악화 일로를 걷던 '신한금융 사태'는 지배구조개선을 향한 방향으로 진일보했다.
여기에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해외투자자 유치도 가시적 성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의 감정싸움은 날로 거세지는 분위기다.
지난주 필자는 외환은행 노조가 진행하고 있는 '100만명 서명운동'과 관련해 한 가지 제보를 받았다. "외환은행 노조가 60대가 주류인 청소용역업체 아주머니들에게까지 서명을 강요했다"는 내용이었다.
만약 그 얘기가 사실이라면 100만명 서명운동에도 흠집이 생길 수 있는 수준이다. 실제로 서명 시작 2주만인 지난 7일 서명 인원은 107만명을 기록했다. 외환 노조는 2006년에도 국민은행 인수 저지를 위한 100만명 서명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았던 경험이 있다.
외환 노조가 공을 들이고 있는 다른 분야는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한 인수저지 투쟁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그 결과 양측의 감정싸움은 법정으로 확대됐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외환은행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양측이 극단적인 싸움을 풀고 '빅 딜'을 위해 타협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금융권 무한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하나금융이나 6위권으로 사실상 꼴찌로 전락한 외환은행 모두의 경쟁력 강화를 생각한다면 이번 인수합병(M&A)은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한 딜이다. 조흥은행과 LG카드를 인수해 업계 수위권 안착한 신한금융의 사례를 보더라도 M&A 전략은 성장을 위한 핵심 경영전략의 하나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M&A는 리테일과 기업금융 등 각기 다른 경쟁분야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하나금융이 사업 매트릭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각각 존재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카드사업 등의 시너지 효과는 가장 극적인 성과를 보일 수 있는 분야로 보인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임시 대주주를 맡아 외형상 정상화를 이끌었지만 은행의 장기적인 성장보다는 배당을 통한 투자금 회수를 최우선으로 했다. 이 과정에서 외환은행 임직원을 회유하는 방법으로 성과급 제도를 적극 활용했다. 지금 외환은행의 1인당 임금이 은행권 최고수준에 이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2006년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나섰을 때 노조는 하나금융을 지지했다. 구조조정에 대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도 보다 유연한 입장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을 때다. 극단적인 법정싸움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외환은행 노조와 새로운 대화채널을 만들어 대타협을 주도적으로 실행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하나금융이 인수 후 상당기간 1지주 2은행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다는 카드로 노조를 적극 설득해야 한다.
차제에 하나금융의 임금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해 외환 노조뿐 아니라 하나금융 노조를 모두 품을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조영훈 부국장 겸 금융부장 dubb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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