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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왜곡된 '독서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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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왜곡된 '독서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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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하기 이전 책 한 권을 필사하기 위해서는 15마리의 양이나 염소 혹은 송아지가 필요했다고 한다. 또 그렇게 얻은 양피지에 쓴 글을 읽기 위해서는 수년에 걸친 필경사의 노고가 필요했다. 당연히 그러한 노고의 결과물은 소수의 특권층에게만 허락됐다.


인쇄술의 발명으로 책이 대중화되면서 대중 독서가 시작됐고 대중이 세상을 움직이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오늘날 세상의 온갖 지식을 망라하고 있는 '그분'이 인터넷 속에 건재함에도 우리가 독서를 중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서는 한 개인의 삶뿐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는 것, 바로 그 점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공교육 강화와 창의적 인재 양성'을 기치로 내세우면서 그 일환으로 독서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 시행하기 시작한 정책도 여럿이다. 하지만 상황을 둘러보면 그리 반가운 소식만 들리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에는 독서 포트폴리오의 예가 넘쳐나고, 친절하게 독서 감상 내용을 정리해 둔 사이트도 도처에 널려 있다. 축약본을 읽거나, 다른 사람의 독후감을 약간 변용해 자신의 독후감으로 만드는 것이 새로운 독서 능력으로 떠올랐다. 부모들은 모여서 독후감 내용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학원 수업과 과제 준비로 바쁜 아이를 위해 책을 대신 읽고 내용을 정리해 주며 예상 문제까지 뽑아 준다. 지나치게 지엽적인 내용을 묻는 독서 평가는 숙고의 시간을 가지면서 제대로 읽은 학생보다는 짧은 시간에 인터넷에 있는 정보만 가지고 준비하거나, 사교육을 통해 문제 풀이 훈련을 받은 학생에게 좀 더 유리하다.


최근 독서 관련 교육이나 정책의 문제점은 주로 상급학교 입시방편으로 독서를 강조한다는 점, 무엇보다 양적인 결과물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책을 찾아 즐겁게 읽는 독서보다는 양적으로 얼마나 읽었는가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됐고 그 과정에서 독서의 의미나 질적인 가치는 실종되고 있다. 과연 이런 방식의 독서를 통해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 것인가.

얼마 전 발표한 우리나라 학생들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09 결과는 이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PISA의 공통 문항 중 고차원적 독서 능력으로 볼 수 있는 '성찰 및 평가' 관련 문항의 정답률이 PISA 2006에 비해 하락했다. 또한 독서 시간에 관한 설문 문항에서 '독서를 하지 않는다'는 학생이 전체의 38.5%, '하루에 30분 미만'이라고 답한 학생이 29.8%나 됐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2009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는 학생들의 독서에 장애가 되는 요인으로 '학교 공부와 학원 등으로 시간이 없어서'가 27.4%, '독서가 싫고 습관화가 안 된 것'이 17.5%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그토록 독서를 강조하고 있는 데도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서를 통해 자신과 세계에 대해 사유하고 성찰하지 않는 사회는 가망이 없다. 사유와 성찰은 사색의 시간을, 양적인 독서 결과가 아니라 질적인 독서를 필요로 하며 함께 나눌 때 의미가 있다. 또한 독서는 즐거워야 하며 습관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며, 변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학교 수업과 독서를 이원화할 것이 아니라 수업 시간에 책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토론하며 또한 그러한 사유의 과정을 글로 쓰는 교육, 진실로 그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창의성의 출발이며 또한 그런 교육이 이뤄졌을 때 비로소 독서 포트폴리오나 독서 이력 등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최미숙 상명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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