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택시기사에 이어 장애인 부모들이 액화석유가스(LPG)사를 상대로 가격 담합에 대한 피해 배상을 잇따라 요구하면서 LPG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유업계도 최근 고유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유사 원가 조사 등 전방위적인 압박이 가해지자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앞으로 LPG·정유업계를 대상으로 한 줄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뿔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단법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4개 정유사와 SK가스, E1 등 2개 LPG수입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 소장을 제출했다.
이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측은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LPG 공급회사들의 담합은 택시, 장애인의 승용차나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취약지역의 가정과 식당에서 사용되는 전형적인 서민 생활필수품인 LPG를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다는 점에서 비난 받아 마땅하다"며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 1인당 2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 달 전국개인택시연합회 소속 택시운전기사 3만1380명도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어 앞으로 LPG·정유업계를 상대로 한 줄소송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정유업계는 입을 모아 "억울하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이미 등돌린 여론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값으로 국민 시선이 따가운 데다, 서민들이 주로 쓰는 LPG 역시 가격 담합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고유가의 원인을 정유사의 폭리로 지목한 데 따라 어려운 시기 업계 배만 불리는 업종으로 낙인찍힌 상황"이라며 "국내 4개 정유사(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모두 공정위로부터 불공정 영업관행에 대한 집중 조사를 받는 등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유사가 회원사로 있는 협회 관계자는 "고유가 논란이 정유사의 불공정 거래 의혹으로 불씨가 옮겨진 상황에서 협회가 공식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오히려 담합 의혹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몸을 사렸다.
기름값이 쉽게 잡히지 않으면서 '유류세'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정유업계는 정부가 세전 공급가 인하를 위해 정유사에 원가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세전 공급가가 인하된다 하더라도 시판 기름값의 50%가 넘는 유류세를 낮추지 않고서는 기름값 인하를 실감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업계 전문가들도 기름값에 세금 거품이 낀 만큼 정부가 책임을 민간 기업에만 떠넘길 것이 아니라 유류세 인하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소비자시민모임 석유시장감시단 부단장인 김창섭 경원대 교수는 "지난해 석유시장을 분석한 결과 국제휘발유가격 상승폭보다 국내 정유사와 주유소 모두 가격을 더 많이 인상한 것은 사실"이라며 "유가 인하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강하기 때문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이윤을 환원하는 게 필요하며, 정부도 실질적인 물가 인하를 기대한다면 유류세를 함께 낮추는 방법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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