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연초 들어 국내 증시에서는 개미들의 귀환이 화두가 되고 있다. 외국인 매수가 주춤한 가운데 개인 매수세가 코스피 상승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매수가 실질적으로는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자문사 물량이고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기관 매수로 봐야 한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어쨋든 개미의 귀환이 나타나고 있다.
뉴욕 증시에서도 개미의 귀환이 화두로 등장할 조짐이다. 투자회사협회(ICI)에 따르면 지난 12일까지 집계된 주식형 펀드의 주간 순유입 규모는 65억달러로 집계됐는데 2009년 5월초 이후 가장 많은 규모였다. 국내와 달리 간접 투자가 활성화된 미국에서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곧 개미의 귀환을 의미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가격 부담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개미의 귀환을 어떻게 봐야 할까. 너도나도 주식을 사려는 상황, 곧 탐욕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따라서 꼭지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노릇이고 최소한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제기돼온 유동성 부족에 대한 논란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전날처럼 골드만삭스의 순이익이 급감할 우려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보강으로 골드만삭스 순이익 급감의 원인으로 지적된 트레이딩 부문의 수익 확대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해 거래량 부족에 시달렸던 뉴욕증시를 감안하면 전날 골드만삭스의 수익 악화는 예견된 것이었다. 실제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주당 순이익 3.79달러는 팩트셋 리서치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 3.76달러보다 높았다. 물론 86억4000만달러의 매출은 예상치 89억9000만달러에 미달했다.
하지만 어쨋든 이익이 예상했던만큼 증가한 상황에서 골드만삭스가 전날만큼 급락할 이유가 있나 싶은 의구심도 남는다. 실제 한 월가 애널리스트는 대세에 지장 없다는 듯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결국 골드만삭스 이익에 대해 내심 기대했던 휘스퍼 넘버가 훨씬 높았다고 볼 수도 있다. 금융위기 당시에도 골드만삭스는 두드러진 이익을 내면서 '역시 골드만삭스야' '노는 물이 달라'라는 평을 받았다. 그만큼 애널리스트들의 실질적인 기대치는 높았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거꾸로 골드만삭스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어닝시즌에 대한 전반적인 휘스퍼 넘버가 낮아졌다면 오히려 증시에는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주식투자는 결국 심리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치가 높다는 것만큼 확실한 악재도 없기 때문이다. 다수의 시장관계자들은 현재 시장의 가장 큰 약점은 낙관론이 팽배해있다는 점을 꼽기도 한다.
휘스퍼 넘버가 낮아지면 이익을 실현해야겠다는 욕구가 강해질 수도 있다. 실제 주가는 실적 발표 전까지 오르다가 막상 개선된 실적 발표가 이뤄진 뒤 하락하는 경우도 많다. 어닝시즌이 차익 실현의 계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월가 관계자들은 단기적으로 조정을 있을지 언정 좀더 멀리 보면 시장은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달 초 급격히 유입된 펀드 자금도 어닝시즌 때 주가가 주춤하면 주식을 사달라는 개미들의 의중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20일에는 프리포트 맥모란. 모건스탠리, 사우스웨스트 항공 등이 개장전 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장 마감후에는 AMD, 캐피탈원 파이낸셜, 구글이 실적을 발표한다. 전반적인 순이익 증가가 기대된다. 다행히 전날 장 마감후 이베이는 기대 이상의 실적과 함께 낙관적 전망을 통해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경제지표로는 오전 8시30분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오전 10시 12월 기존주택판매, 12월 경기선행지수, 1월 필라델피아 제조업 지수 등이 공개된다. 주중 지표 발표가 가장 많은 날이다.
블룸버그 예상치에 따르면 실업수당 청구건수, 기존주택판매, 필라델피아 제조업 지수 등은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폭설 등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예상을 벗어날 가능성도 농후해 보인다. 경기선행지수의 경우 최근 고용지표가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이 어떻게 반영될 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디스가 포르투갈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한 것은 상품주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강세 흐름을 이어왔던 유로의 약세로 인해 달러가 강세반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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