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중동의 왕자'가 무너졌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13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아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아시안컵 B조 2차전에서 요르단을 상대로 0-1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사우디 아라비아는 2전 전패를 기록,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8강 진출이 좌절됐다.
지난 2004년 조 최하위(1무2패)로 8강행에 실패한 뒤 7년 만에 수모. 사우디는 일본, 이란과 함께 대회 최다 우승(3회)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한 때 아시아 축구계를 호령했던 사우디의 초라한 몰락이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사우디는 아세르 알 카타니(알 힐랄), 나이프 하자지(알 이티하드) 등 주전 선수가 총출동했지만 빈약한 골 결정력만 남겼을 뿐이었다.
지난해 12월 걸프컵에 이어 두 대회를 연속으로 치른 여파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사우디의 '우물안 개구리' 같은 모습에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
사우디 대표팀에는 해외파가 단 한 명도 없다. 선수들은 '오일머니' 덕에 국내리그에서 더 많은 연봉을 받으며 편하게 뛸 수 있다. 굳이 해외 리그에 진출해 '고생'할 필요가 없다.
이는 세계 축구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1994년 미국월드컵서 16강의 영광은 과거일 뿐이었다. 사우디 특유의 개인기와 스피드도 더 이상 먹혀들지 않았다.
2002 한일월드컵 독일전 0-8 패배와 2006 독일월드컵 우크라이나전 0-4 패배가 단적인 예다. 지난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조차 실패했던 사우디는 결국 아시안컵에서도 8강 진출이 좌절되며 암흑기를 예고했다.
대표팀이 조금만 부진해도 감독부터 경질하고 보는 후진적 행정도 문제다. 사우디는 지난 10년간 무려 12명의 감독이 거쳐갔다. 이번 대회에도 1차전 패배 직후 조세 페세이루 감독이 전격 경질됐다.
브루노 메추 카타르 감독은 지난 11일 중동팀들의 부진에 대해 "기술이나 체력보다는 정신력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다시 아시아의 강자로 일어나기 위해 새겨야 할 말이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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