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양극화 현상 심화...입주물량 많은 곳 노려야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1. 대표적 구도심인 인천 남구 주안동에 사는 A씨는 지난해 11월 매매가 9000만원 짜리 빌라에 8000만원의 전세보증금을 주고 입주했다.
전세 물량이 거의 나오질 않아 한참 기다리던 끝에 만난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1000만원만 더 내면 아예 집을 살 수도 있었지만 갈수록 집 값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구도심 빌라를 구입하기는 좀 그랬다.
집도 깨끗한 새 집이어서 당분간 살만하다는 생각에 집 값의 90%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이었지만 기꺼이 이주한 것이다.
#2. 청라지구에 아파트를 장만한 B씨는 잔금 납부를 위해 전세입자를 구하고 있지만 몇달째 실패했다.
단지 입구 부동산업소에 의뢰는 해놨지만 비슷한 사정의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자꾸 뒷순위로 밀려 났기 때문이다.
B씨는 잔금 납부 기한이 다가 오고 있어 전세보증금을 깎아 줄 것을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
인천 지역의 전세시장이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A씨의 사례처럼 구도심 지역은 빌라ㆍ다세대주택 등을 중심으로 극심한 전세난이 기승을 부려 물량은 사라지고 가격은 50% 이상 뛰어 오른 반면 B씨가 사는 청라지구, 송도, 논현소래택지 등 신도시 지역은 물량이 쌓이고 가격도 약보합세에 그치고 있다.
실제 업계에 따른 최근 인천의 남구ㆍ남동구ㆍ부평구ㆍ중구ㆍ동구 등의 구도심 지역의 전세난은 극심하다. 아예 전세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거의 없고, 그나마 나오는 물건은 전세가가 전에 비해 50%가량 뛰어 오른 것이 대부분이다.
A씨의 사례처럼 전세가가 매매가의 90%는 아니더라도 80% 안팎까지 뛰어올랐다.
이처럼 구도심 전세난이 심각한 것은 최근들어 다세대·빌라 등 서민들을 위한 소형 주택 공급이 거의 없는데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들이 전세가가 다소 비싸더라도 과거처럼 매매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드물어졌기 때문이다.
남동구 구월동 소재 C부동산의 D사장은 "보증금 2000만원짜리를 4000만원에 내놓는 경우도 봤다"며 "그래도 워낙 대기 수요가 많다보니 물건이 나오면 바로 바로 소진된다"고 전했다.
남구 주안동 소재 E부동산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 자격이 완화된 후부터 월세에서 전세로 돌아서는 사람이 많아져 전세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 같다"며 "부동산 경기가 계속 침체되리라는 예상이 우세해지면서 예전처럼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 안으로 1만여 가구 입주가 예정된 청라지구, 지난해 12월부터 3000여가구가 한창 입주 중인 논현ㆍ소래택지, 올해 7000여 가구 입주 예정인 송도국제도시 등은 입주 물량 폭탄으로 전세 시장이 한가하다. 워낙 입주 물량이 많다보니 인근 주변 지역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다.
B씨처럼 전세입자를 구하려는 이들이 부동산 업소마다 줄을 잇고 있지만 전세난이 심각한 구도심과 달리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고 있다.
실제 송도의 85㎡형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지난 가을 9000만원에서 1억1000만원으로 뛰어 오른 후 몇 달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의 F부동산 관계자는 "요즘 송도엔 현대힐스테이트 주상복합이 입주하고 있는 등 전세 물량이 풍부하고 논현소래택지나 청라지구도 상황은 마찬가지"라며 "가을 이후 매물이 쌓이고 있고 전세가격도 3~4개월째 오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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