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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책임의 시대 '착한 기업' 뜬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8초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매일유업은 지난 1999년부터 선천성대사이상 질환 유아를 위한 특수유아식을 일반분유와 비슷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는 약 1000명의 유아가 선천성대사이상으로 고통을 받는다. 매일유업은 해마다 8개 종류의 특수 분유를 2만 개씩 생산한다. 그러나 팔리는 것은 한 해에 2500캔을 조금 넘는다. 나머지 1만7500캔은 폐기된다. 한마디로 손해 보는 장수를 10년 넘게 해왔다.


CJ도 이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성인 환자 200여 명을 위해 단백질 함량이 일반 밥의 10분의 1 수준인 ‘햇반 저(低)단백밥’을 개발해 제조원가만 받고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을 개발하는데 8억 원을 투입했지만, 연간매출액은 5000만원에 그칠 뿐이다.

이 처럼 수익을 전혀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적자를 보면서도 공익을 위해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이른바 ‘착한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올해부턴 ‘무한책임경영’ 교과서라 불리는 ISO26000(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표준)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여 착한기업을 원하는 사회적 목소리는 커질 전망이다.


이 표준은 기업, 정부, 소비자, 시민·사회단체 등 경제 주체별 사회적 책임을 규정한 자발적 국제표준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경제적 이윤 추구에 집중하고 투자자들도 매출과 이익을 근거로 좋은 기업을 골랐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재무적 요소보다는 ISO26000에 근거한 인권·복지·환경 등 비(非) 재무적 요소가 중시되면서 착한기업 유무가 신(新)비관세 무역장벽이 될 수 있다.

‘착한 기업·따뜻한 비즈니스’는 단순히 사회봉사나 기부 등과 같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의 투명성, 윤리 및 환경 친화적 경영을 펼치는 기업 활동을 총칭한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ISO 26000이 강제규정은 아니지만 준수 여부를 투자나 제품 구매 때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룹차원에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제고와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착한기업에 대한 투자자나 소비자의 호응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조희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착한 기업에 대한 구매 선호도가 1999년 65%에서 2007년 87%로 증가했으며 MBA 출신자 중 59%가 직장 선택의 기준을 책임감 있는 기업 이미지를 지목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7년 LG경제연구원의 조사에서도 ‘품질이 같다면 사회적 책임을 잘 이행하는 기업의 제품을 더 비싼 값으로 살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88.7%를 차지한 바 있다.


소비자들이 이왕이면 착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해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길 원하기 때문이다. 제품원가를 낮추기 위해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만든 값싼 티셔츠나 축구공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착한소비의 확대와 밀접하다.


조희제 연구원은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세계시장 진출을 통한 장기적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기위해서 착한기업·따뜻한 비즈니스를 경영의 핵심전략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규성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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