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조광래 대표팀이 이끄는 아시안컵 축구 대표팀이 30일 오후 7시(한국시간) 아부다비 바니야스 스포츠클럽 스타디움에서 시리아와 평가전을 치른다.
시리아전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갖는 유일한 A매치다. 이후에는 UAE 현지 클럽과의 연습 경기가 전부다. 사실상 제대로 손발을 맞춰볼 마지막 기회인 셈. 51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조광래호에 이번 시리아전이 갖는 의미가 각별한 이유다.
◇김신욱 원톱 가능성 보일까
대표팀 최전방 공격수는 부동의 주전 박주영(AS모나코)이 부상으로 낙마해 무주공산이 됐다. 제주 전지훈련 때까지만 해도 박주영을 대체할 후보자는 지동원(전남)과 유병수(인천)가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아부다비로 옮겨오며 상황이 바뀌었다. 당초 백업 멤버로 선발한 김신욱(울산)이 최근 물오른 기량을 보이기 때문. 김신욱은 196cm, 93kg의 당당한 체격으로 상대 수비수에RPS 부담스러운 존재다.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제공권이 뛰어나다. 최근에는 움직임과 슈팅도 날카로워졌다.
조 감독은 지난 29일 훈련 후 "김신욱이 큰 키에 비해 수비력도 있고 슈팅 능력도 있다. 몸 밸런스도 갖추고 있어 선발 원톱으로 테스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신욱이 최전방 공격수로 합격점을 받기 위해선 무엇보다 골이 중요하다. 조 감독 취임 후 A매치에서 공격수가 골을 넣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활동량과 스피드가 부족하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중원 최적의 조합은
기성용(셀틱)은 확고부동한 주전이다. 남은 한자리를 놓고 윤빛가람(경남), 구자철(제주), 이용래(수원)이 경쟁 중이다. 윤빛가람은 조광래호 출범 이후 꾸준히 기성용과 짝을 이뤄왔다. 구자철은 아시안게임 이후 한층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매치 데뷔를 앞둔 이용래는 당초 왼쪽 풀백 자원으로 선발됐지만, 경남 시절에는 윤빛가람과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주로 활약했다. 팀을 위해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플레이 스타일이 장점이다.
조 감독은 우선 시리아전에서 기성용-이용래 조합을 시험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상태다. 그는 이용래에 대해 "기술과 슈팅력이 뛰어나고 수비력이 좋다. 또 미드필더 간 밸런스를 맞출 줄 아는 선수"라며 높이 평가했다. 실제로 이용래는 최근 훈련에서 주전팀에서 뛰며 중원 경쟁에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스리백-포백 혼용과 '포어 리베로'
그동안 스리백을 주로 사용했던 조광래호는 시리아전에 포백으로 나선다. 조 감독은 월드컵 등에서 보였던 대표팀의 고질적인 수비 불안을 조직력을 앞세운 스리백으로 보완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조 감독 이전 대표팀은 주로 포백을 사용했다. 이에 선수들이 스리백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 종종 나왔다. 이런 이유로 조 감독은 스리백과 포백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구사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포어 리베로'는 조광래표 스리백이 가장 효율적으로 구사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수비 시에는 세 명의 중앙 수비수가 나란히 서지만 공격 시엔 세 명 중 가운데 수비수가 미드필드까지 전진해 일종의 리베로로 활약한다.
이는 지나치게 수비적인 스리백의 약점을 보완한다. 수비의 안정을 취하면서 중원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따라서 리베로는 패싱력과 수비력, 활동량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조광래 감독은 조용형(알 라이안) 혹은 황재원(수원)에게 이 역할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 시프트
이번 시리아전에서도 '박지성 시프트'는 계속된다. 당초 조 감독은 박주영을 원톱 아래 처진 공격수로 기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박주영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대표팀 공격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물론, A매치 경험이 부족한 전방 공격수를 지원하기 위함이다. 박지성이 뛰던 왼쪽 측면에는 김보경(세레소 오사카)이 나선다.
경기 상황에 따라 박지성이 다시 측면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 때는 '신예' 손흥민(함부르크)이 기량 점검 차원에서 쉐도우 스트라이커로 기용된다. 유병수나 김신욱이 최전방에 서고 지동원이 처진 공격수로 기용될 수도 있다.
◇손흥민, 제로톱 첫 선
손흥민을 처진 공격수가 아닌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우는 제로톱(zero-top) 전술도 물망에 올랐다.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원톱에 배치되면 조 감독이 추구하는 빠른 템포 축구가 다소 저하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로톱은 말 그대로 최전방 공격수가 없다는 뜻이다. 대신 공격수와 미드필더가 최전방과 미드필드를 자유롭게 오가며 상대 수비진을 공략한다. 과거 스팔레티 감독 시절 AS로마가 프란체스코 토티를 활용해 구사했던 전술이다.
손흥민은 이러한 제로톱을 소화하기 적합한 인물이다. 득점력과 왕성한 활동량은 물론 수비수를 따돌리고 문전으로 침투하는 움직임, 좁은 공간에서의 스피드가 좋다.
미드필드의 김보경-박지성-이청용도 활동량과 예리한 움직임이 돋보이는 선수들이다. 이들 4명이 끊임없는 스위칭 플레이를 펼치며 공격에 나설 경우 상대 수비를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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