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상욱 기자] 200여가지의 친서민 정책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성과보고에 밀려 낮잠을 자고 있다. 친서민 정책을 표방해온 현 정부가 친서민 관련 정책을 이토록 폄하할 수 있느냐는 불만이 터질만하다.
정부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시간이 부족하다며 법제처의 보고를 또다시 연기했다. 법제처 보고가 연기된 것은 최근에만 벌써 두번째다.
법제처는 지난 16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서민생활안정·취약계층배려 관련 개폐대상 과제 72건과 수능 응시료 반환 등 금전납부제도 합리화 방안 142건 정비 추진 등 총 214건의 안건을 보고하려 했다. 하지만 이날 국무회의에서 법제처는 G20 성과보고와 타부처의 보고에 밀려 발언할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말았다. 지난 10월 국무회의에 이어 또다시 법제처가 찬밥신세가 된 것이다.
법제처는 당초 이날 아침 보고를 끝내고 오전에 기자회견까지 할 예정이었다. 마침 법제처 대변인도 최근 교체된 터여서 시의적절하게 기자회견을 잡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예정된 기자회견 시간을 10분 남겨 놓고 법제처는 담당 기자들에게 또 다시 미안하다면서 기자회견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국무회의는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주요정책을 심의하는 최고 정책심의기관이다. 대통령 및 국무총리, 그리고 15명 이상 30명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돼 정부의 중요정책을 심의하고 의결한다. 통상적으로 장·차관이 참석해 동등한 국무위원 자격으로 다수결에 의해 안건을 의결하는 매우 중요한 기관이다.
이날 법제처가 보고하려던 안건들은 출산 촉진을 위한 남편들의 출산휴가, 택시 승객 안전을 위해 택시범죄자 운전 제한 강화, 아동학대와 관련한 아동복지법 보완, 수능 응시료 등 응시수수료를 반환할 수 있도록 하는 수수료 반환제도 정비 등 그야말로 민생과 관련한 법안이었다.
사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작은 정부'를 주창하며 법제처장을 종전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격하할 때부터 예상됐던 모습이기는 하다. 여러 부처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법안을 조율해야 하는데, 법제처장이 차관급이어서 한계가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요즘 관가에는 '행사 정부'라는 말이 나돈다. 정부가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대외적인 행사에만 매달린 채 친서민은 말뿐이고 실질적인 서민생활은 도외시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런 서민들의 냉소적인 평가를 곱씹어보기 바란다.
황상욱 기자 o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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