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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重 노조의 '성숙한 변신'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갈등과 대립으로 얼룩진 국내 노사관계에 희망과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의 변신에 대해 한 대기업 노사문제 담당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노조전임자의 유급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제) 시행을 하루 앞둔 현대중공업 노조는 국내 사업장중 처음으로 55명의 노조 전임자를 30명으로 자발적으로 감축하고, 이중 15명을 노조 재원을 활용해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타임오프제는 노조의 힘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으며, 일부 사업장에서는 파업 감행으로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때 최고의 강성 노조에서 지난 2004년 민주노총 탈퇴 후 대표적인 노사 협력업체로 변신한 현대중공업 노조도 타 사업장의 사례를 따라가지 않겠느냐는 불안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오종쇄 위원장은 타임오프제에 대응코자 조직을 축소하고 연간 예산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기존 체제의 유지를 위한 투쟁이 아니라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노조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선택'한 것이다. 노조가 변신을 주도함으로써 사측에 당당히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의 성숙된 자세가 밑바탕이 되지 않았다면 이뤄낼 수 없었다. 자신의 사비를 털어야 하는 조합비 인상안에 대해 조합원들은 기꺼이 찬성표를 던져줬고, 재원 마련을 위한 수익사업 개발도 적극 참여하겠다며 지도부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지도부는 조합비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고 조합원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지지가 아니었다면 이 같은 정책을 지도부가 추진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파업을 잘하는 것보다 목표와 요구를 잘 관철해야 한다는 노동운동의 변화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먼저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조합원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중인 상황에서 안정된 노조의 지원을 등에 업은 현대중공업은 향후 대대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종합 중공업 업체로서의 면모를 다져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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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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