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테일러 르노F1팀 IT 매니저 "더이상 엔진은 차별화 안돼"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서킷(자동차 경기용 도로)에서 랩톱컴퓨터에 연결돼 있지 않으면 머신(F1 경주용 자동차)에 시동조차 걸 수 없어요. 0.5초도 안되는 사이 1, 2위가 바뀌는 포뮬러 원(F1)에서 정보기술(IT)은 곧 비즈니스입니다."
최근 HP 워크스테이션 솔루션 월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르노 F1팀 마이클 테일러(Michael Taylor) IT매니저는 서울 영등포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F1에서 IT는 생명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단 0.001초를 단축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순간의 미학' FI에서 일반인들은 대개 머신이나 엔진 등 하드웨어적인 것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머신이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뒷단에서의 IT 지원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그는 말했다.
심지어 "이제 더이상 엔진은 차별화 요소가 아니다"며 "IT야말로 F1의 승부를 가르는 결정타"라고 재차 강조했다.
마이클 테일러는 르노 F1팀의 IT 매니저를 맡고 있다. F1 경주차가 경기에 참가하기까지 디자인, 제조(생산), 시뮬레이션, 레이싱 등의 라이프사이클을 거치는 데 이 전반적인 과정에 필요한 IT 작업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르노 F1팀의 총 인원은 450명이며, 이중 35명이 IT부분을 전담하고 있다.
그는 "F1은 직접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제조하는 독특한 스포츠"라며 "F1에서 개발된 기술들이 일반 소비자 차 시장으로 연결되는 데 그만큼 F1에서 사용되는 기술은 획기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머신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형태에 관련된 공기역학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무게에 영향을 주는 소재도 고려해야 한다"며 "물리적인 테스트를 하기 전 가상 상태에서 셀 수 없을 정도의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해보는데 IT가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차의 경우 모델을 업데이트하는 데에만 2년 정도 걸린다. 반면 F1의 경우 차체뿐만 아니라 섀시 디자인까지 16주만에 끝내야한다. 그만큼 시뮬레이션을 통해 각종 특성을 파악해 개선할 부분을 찾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SW를 개선하는 IT 시스템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현재 르노 F1팀은 머신을 디자인하고 시뮬레이션 하는 데 HP 워크스테이션 등 HP의 기술과 장비를 활용하고 있다. 올해는 기존 도입했던 HP 워크스테이션 Z600을 Z800으로 교체하고 있다. 이동이 잦은 작업환경 탓에 모바일 워크스테이션도 도입했다.
테일러는 "HP 워크스테이션은 IT 인프라의 복잡성과 머신의 제작 기간을 줄여 궁극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며 "HP 기술을 활용해 디자인 오피스 내 소음이 줄면서 생산성도 21% 향상됐다"고 말했다. IT를 통해 절약한 비용은 다시 머신 개발에 재투자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난달 열린 한국의 F1 첫 대회를 흥미롭게 지켜봤다"며 "일부 문제점으로 지적된 숙박 시설과 경기장까지의 먼 이동거리, 서킷의 질 등만 개선된다면 앞으로 새로운 시장으로 발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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