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상속을 포기한 자녀도 부모 장례비용은 형제들과 같이 부담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장례비용 부담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임채웅 부장판사)는 A씨가 "어머니가 재산을 쌓는 데 전적으로 기여했으므로 상속분을 나눠가질 수 없다"며 B씨 등 형제 5명을 상대로 낸 상속재산분할 및 기여분 심판청구 사건에서 "A씨는 실종 선고된 한 명을 제외한 B씨 등 4명의 형제들에게 각각 442만여원을 지급하라"고 심판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어머니의 재산 형성, 유지에 특별히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A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다른 형제들보다 먼저 인출해간 어머니 명의 예금을 B씨 등과 똑같은 비율로 나눠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의금으로 채우고 모자란 장례비용 766만여원을 A씨가 모두 부담했으므로 B씨 등 4명은 A씨에게 153여만원씩을 줘야할 의무가 있다"면서 "A씨가 B씨 등에게 나눠줘야 할 돈에서 이 금액을 뺀 442만여원을 A씨가 B씨 등에게 줘야 할 돈으로 정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장례비용 부담 관련 부분을 판단하면서 "장례비용은 민법이 정한 상속 순위에 따라 부담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이 같은 원칙은 상속을 포기한 경우라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므로 상속을 포기한 자녀도 부모 장례비용은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A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듬해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단둘이 살면서 어머니를 부양했고 어머니가 재산을 쌓는데 전적으로 기여했으므로 상속분을 모두 갖겠다"고 주장하며 다른 형제들을 상대로 상속재산분할 및 기여분 심판청구를 하는 한편 상속이 개시되자 어머니 명의 예금을 모두 인출해갔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밝힌 요지가 판결사례에 해당하는 건 아니지만 그간 장례비용 부담에 관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판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상속을 포기했더라도 장례비용은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걸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점에 이번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했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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