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 앞마당에서는 자그마한 장터가 열려 소소한 물품들이 사고 팔렸다.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 '2010 서울청소년창의서밋'의 일환이었다. 이날 장터에 나온 물건들은 대부분 한, 두 명이 직접 만들어낸 자그마한 공예품들이었지만 저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담고 있었다. 이날 장터에서 팔린 물건들은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창의적인 생각 그 자체였다. 이날 창의서밋에서 이들이 보여준 '생각의 탄생'들을 하나하나 기록해 보았다.
◆ 꾸준한 관찰의 힘 = 김소희씨(31)는 색색의 단추를 활용한 액세서리를 장터에 내놨다. 그녀가 발휘한 창의력의 뿌리는 바로 '관찰'이다. 그녀는 "몇 년전 겨울에 짝짝이 양말에 형형색색의 단추를 달아 팔면서 단추를 다시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매일같이 집안에 틀어박혀 단추를 바라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다른 용도를 찾게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단추를 이용한 귀걸이와 브로치는 물론 팔찌와 목걸이도 만들고 있다. 단추 목걸이는 긴 가죽끈의 양쪽 끝에 단추와 직물 단추 구멍을 달고 중간중간 다른 단추들로 장식한다. 그녀는 "단추를 찾아 동대문을 가서도 역시 아이디어를 얻었다"면서 "처음엔 귀걸이 정도만 생각을 했지만 옷핀, 가죽끈 등을 유심히 살펴보니 단추와 결합해 또 새로운 것들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 추상ㆍ관념을 현실로 데려오는 창의 = 관념을 현실 속의 물건으로 해석하면서 재미난 놀이를 만들어 낸 사람도 있다. 미술 치료사로 커뮤니티 아트를 하고 있는 정은혜씨(37)는 이날 20여명의 학생들과 더불어 '몸과 실로 공간을 뜨개질하다'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2시간 가량 진행했다. 우리가 흔히 '인연(因緣)'을 '실'이나 '끈'에 비유하듯이 추상적인 관념을 생활 속의 물건으로 활용해 몸으로 직접 체험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우선 실을 잡고 스트레칭하고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됐다. 서로를 잘 모르는 학생들은 아무래도 서로 서먹서먹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어서 학생들은 뜨개질 실뭉치의 끝을 자신의 몸에 묶고 다른 친구들에게 던지며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30~40분 가량 실뭉치가 오고가자 학생들은 서로 복잡한 실로 연결됐다. 실뭉치를 천장과 주변의 사물에까지 묶으면서 프로그램은 정리가 됐다. 실을 곱게 자르고 몸을 빼낸 20여명의 학생들은 그새 서먹함을 떨쳐버렸다. 실로 단단히 묶여있는 동안에 '함께 한다'는 의식을 가졌고 실제로 조금만 움직이려 해도 다 같이 함께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에 참석했던 허진영씨(18)는 "같이 만들고 어울려 놀면서 자연스레 즐거운 웃음도 피어났다"면서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인연'이 실을 통해서 눈에 보이고 몸에 와닿는 것으로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 공감과 역지사지(易地思之ㆍ입장을 바꾸어 생각함)의 결과 = 신재은씨가 들고나온 것은 '대안 생리대'. 대안 생리대는 그녀가 최초로 만들어 낸 것은 아니지만 공감과 감정이입의 결과물이다. 그녀는 "예전에 호주에서 대안 생리대를 보고는 무릎을 쳤다"면서 여러해 전부터 시간이 날 때면 대안 생리대를 만들어 왔다고 말했다. 1회용 생리대는 값도 비쌀 뿐더러 직접 써보는 입장에서 결코 우리 몸에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게 그녀의 설명이다. 그녀는 "우선 내 스스로의 몸을 위해 만들다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필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예쁜 천을 활용해 조금씩 판매할 대안 생리대를 만들고 있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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