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국내 최대 제지업체인 한솔제지의 오규현 대표(사진)가 '종이에서 벗어나자'는 독특한 슬로건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이는 상대적으로 타 산업에 비해 보수적인 제지업종 특성상, '변화에 둔감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오 대표는 지난 4일 열린 창립 45주년 기념식에서 "회사 출범 후 45년과 앞으로 다가올 45년은 전혀 다를 것"이라며 "1, 2년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항상 창의적이고 새로운 생각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에선 인쇄용지만 만들던 회사가 산업용지로 주력제품을 바꾸는가 하면 반대 사례도 다양하게 일어난다"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과 관련해 해외선진사례들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의 설명대로 최근 제지산업 환경은 녹록치 않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만 해도 신문사들의 종이수요가 2002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 수요가 30% 가량 줄었다. 또 최근 들어서는 태블릿PC와 같은 첨단 미디어가 등장하며 종이 영역은 사면초가에 빠진 상태다.
한솔제지는 이 같은 위기감에 이미 다양한 변화를 시도 중이다. 영업사원들의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 모바일오피스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상상나라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종이를 파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이 언제 어떤 종이를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전산시스템도 갖췄다. 환율, 펄프가격 상승 등 대외환경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시스템은 3분기 경영실적이 예상치를 상회하는 밑거름이 됐다.
한솔제지가 이처럼 전열을 재정비하는 이유는 국내시장에서 경쟁업체들의 공격적 확장경영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2위 업체 무림페이퍼의 계열사인 무림P&P가 국내 최초로 펄프와 제지를 같이 생산하는 일관화공장을 내년 초 완공하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종이시장이 변화를 겪고 있는데다 업계 선두권 업체들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내년 하반기부터는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는 등 업계에 큰 변화가 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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