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리스크에 미 다우지수 하락 '발목'
쏟아지는 투신 펀드환매 물량도 부담
경기 눈높이 조절+위험자산으로의 유동성 이동은 긍정적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박형수 기자] 1800선의 저항은 의외로 견고했다. 코스피지수가 1800을 눈앞에 두고 다시 뒷걸음질쳤다. 기다렸다는 듯이 펀드환매 물량이 쏟아졌고, 때맞춰 미국 증시마저 조정을 받았다. 두 번의 돌파 시도가 무산되면서 1800선 돌파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상승기조는 유효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코스피 지수는 물론이고 뉴욕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주요 증시 전반에서 일주일 이상 이어지는 추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기대감이 살아날 만 하면 곳곳에 산재한 악재가 돌출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미국장의 하락, 쏟아지는 펀드환매=사흘만에 개장한 뉴욕 증시는 유럽 리스크에 발목을 잡혔다. 미 다우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1% 이상 하락했다. 지난 7월말 실시된 91개 유럽 은행들에 대한 자산건전성 평가(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일부 은행들이 부실 국채 보유 규모를 축소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은행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자체적인 상승 모멘텀이 부족한 국내 증시 입장에서 뉴욕 증시 하락이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최근 사흘동안 투신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5485억원 규모의 순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지수가 1780선을 회복한 이후 쏟아진 물량이다. 다행히 뉴욕 증시가 반등 국면을 연출하면서 외국인이 같은 기간 8353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투신권 매도 물량을 소화할 수 있었다.
문제는 뉴욕 증시 하락 이후 외국인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 새벽 12월물 금 선물가격은 온스당 8달러 이상 오르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안전자산으로 또다시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나흘 연속 순매수를 기록한 외국인이 순매도 전환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코스피 지수가 1800선에 다가서면서 다시 시작된 펀드환매 행렬이 지속되는 가운데 외국인 매수세가 중단되면 수급 불균형 현상을 깨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이 또다시 구원투수로 나선다 하더라도 쏟아지는 매물을 모두 소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와 쿼드러플 위칭데이(선물옵션 동시만기일)를 하루 앞두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전날 프로그램 매매에서 1000억원 가까운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만기일 부담을 줄여줬다고는 하지만 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9월 만기일 매물은 지수 발목을 잡기에 충분한 규모다.
금통위에서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유럽 리스크 부각으로 동결로 선회할 수도 있겠지만 증시 상승 모멘텀이 될 수 있을 지는 뚜껑을 열기 전 까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오늘밤 뉴욕 증시가 급반등한 상태에서 기준금리 동결이 이뤄진다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전제조건 충족이 쉽지 않아 보인다.
◆경기 눈높이 조절..1800 넘는다=반면 삼성증권은 흐름상 부정적인 요소들보다 긍정적인 요소들이 우세하다며 코스피의 추세적 상승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승진 애널리스트는 그 근거로 가장 먼저 '경기에 대한 눈높이 조절'을 꼽았다. 그는 "지난주부터 증시가 반등에 나서며 전고점을 돌파하는데 있어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주가 하락 요인이었던 경기에 대한 눈높이 조절"이라면서 "주요 지표들이 속도는 느리지만 완만한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각국의 제조업 지표와 미국 고용지표가 더블딥 우려를 완화시키면서 과도하게 쏠렸던 유동성이 위험자산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코스피의 추세적 상승을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통화완화 정책기조로 시장 유동성은 오히려 풍부한 상황이어서 이같은 유동성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의 완화와 맞물려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부국증권도 "미국 경제 더블딥 우려 완화와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확산으로 국내 증시의 점진적인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태웅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미국 경제의 더블딥 우려감이 고용지표를 비롯한 일부 미 주요경제지표의 개선과 오바마 정부의 추가 경기부양안이 점쳐지면서 어느 정도 완화됐다"면서 "이로 인해 전일 국내증시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매수흐름은 지속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
박형수 기자 parkh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