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김병진씨는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평소보다 일찍 출근길에 나섰다. 안양 비산동에 김씨를 태운 버스는 태풍으로 도로에 쓰러진 신호등 등 각종 장애물을 뚫고 달렸다. 하지만 인덕원역 앞 4거리에서 버스는 멈췄다. 과천방면 도로에 쓰러진 나무 때문에 4거리는 마비상태였다. 하는 수 없이 지하철에 오른 김씨는 다시 20분을 기다려야 했다. 안산부근에서 내리친 번개는 서울방면 전철을 지연시키고 있었다.
제 7호 태풍 곤파스가 전국을 강타했다. 곤파스는 서해상에서 빠르게 진격, 2일 오전 6시35분께 강화도 남단에 상륙했다. 9시부터는 서울 북쪽 약 60km 부근 육상까지 올라가, 15시께 강릉 북북동쪽 약 190km 부근 해상으로 빠져나갈 전망이다. 이에 출근길이 이어지는 오전 9시까지 시속 130km/h의 강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새벽녘 몰아친 강풍으로 도로에는 뿌러진 나무·신호등, 낙엽, 쓰레기 등 장애물이 즐비한 상태다. 이에 시내로 진입해 출근길에 나선 차량은 장애물로 인한 지·정체 현상을 겪고 있다.
특히 올림픽대로 여의도상류나들목에서 서울교남단 등 주요 도로에서 지·정체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시흥대로, 동작대로, 서부 간선로, 송파대로 등 수도권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출근길 도로도 지정체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또 시내를 피해 고속도로로 방향을 바꾼 차량들도 즐비해 고속도로 상황도 가다 서다를 반복 중이다. 이중 서해안고속도로 일직분기점에서 금천나들목 사이는 밀려드는 차로 양방향 모두, 정체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지하철도 상황도 마찬가지다. 몰아친 태풍에 전기가 단전되거나 방음벽이 무너지는 등의 피해로 대부분 구간의 열차 운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현재 전동열차 운행 불통 구간은 서울∼DMC, 서울∼천안, 구로∼인천, 청량리∼소요산, 산본∼오이도 등이다.
이어 경부선 7곳, 안산선(4호선) 1곳, 경인선(1호선) 1곳, 중앙선 1곳, 경원선(1호선) 1곳, 공항철도(영종기지) 1곳 등에서 장애가 발생하고 있으나 이중 안산선과 경인선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은 7시45분 현재 복구된 상황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태풍으로 인해 전기가 전동차에 들어오지 않거나 방음벽이 무너져 열차를 운행할 수 없는 구간이 생겼다"며 "조속한 시일내 복구해 국민들의 발이 묶이지 않게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각처에서 인명피해 우려가 속출하며 교과부 등도 학생 등교시간을 2시간 정도 늦추는 등 재해 예방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직장인들 역시 출근 걱정이 태산이다. 분당에서 충무로로 출근하는 회사원 박모 씨는 "강풍에 부르르 떨며 언제 떨어질지 모를 입간판을 보니 영화 데스티네이션의 한장면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박 씨는 "그야말로 목숨걸고 출근한 기분"이라며 "학생들만 등교시간 조절하는 게 아니라 회사에서도 출근시간을 조절하는 등 재해예방 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라며 정부당국에 일침을 가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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