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출신 CT&T 임원 '자우회' 제명...현대차 "회칙 따른 것"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신세…."
자동차 업계가 때아닌 '홍길동 논란'으로 뒤숭숭하다. 한쪽은 서자의 설움을 호소하고 다른 쪽은 원칙을 강조하면서 갈등이 격화되는 형국이다. 논란의 주역은 현대차와 CT&T다.
60Km 미만의 저속 전기차 생산업체인 CT&T 임원 몇명은 최근 '자우회(自友會)'로부터 '자격 상실' 통보를 받았다. 자우회는 현대차 퇴직 임원들의 친목단체로 현재 430여명이 가입돼 있다. 이번에 자격이 상실된 CT&T 임원들은 현대차 출신들로 얼마 전까지 자우회 회원으로 활동해왔다.
자우회 관계자는 "회원으로 가입하면 신년초 정기 모임을 갖고 정기적인 등산이나 골프로 친목을 다진다"면서 "현대차 구매시 23%, 수리시 30% 정도의 할인 혜택이나 경조사비도 제공받는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CT&T 임원들은 자우회 자격을 상실하면서 이같은 혜택은 물론 '현대차 출신'이라는 자부심도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고 강하게 항변했다.
CT&T 관계자는 "자우회 회원들에게는 정기적으로 e메일로 소식을 전해주는데 최근 e메일이 오지 않아 알아봤더니 자격이 상실됐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면서 "마치 가족 모임에서 잘려나간 것 같아 서운하기만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현대차측은 "자우회 회칙에는 동종 업계로 이직할 경우 회원 자격을 상실한다는 규정이 있다"면서 "자우회 운영 위원회가 CT&T 임원들의 자격 상실 결정을 내린 것은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CT&T 임원들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현대차가 최근 갑작스럽게 자격 상실을 통보한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올 들어 CT&T가 전기차 공급에 공격적으로 나선데 이어 내년에 20인승 전기버스를 생산키로 하는 등 세를 불려나가는 것을 현대차가 견제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CT&T측도 "완성차 메이커가 저속 전기차 시장에 갓 들어선 신생 기업을 향해 잽을 날리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업계는 시속 100㎞ 이상의 전기차에 집중하는 현대차와 60km 미만의 저속차를 개발하는 CT&T가 맞상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기차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양측간 신경전은 더욱 뜨겁게 펼쳐질 전망이다. 결국 이번 홍길동 논란은 국내 자동차 업계가 본격적인 전기차 경쟁 시대로 돌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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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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