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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김명민 VS 엄기준, 우리사회 슬픈 자화상


[아시아경제 황용희 기자]영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혼돈의 세상을 영화만큼 잘 정리하고 표현해 내는 것도 없기 때문.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개봉 2주째를 맞아 '1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영화 '파괴된 사나이'도 예외는 아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주영수(김명민)와 최병철(엄기준)이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


▲종교, 막장인생 그리고 한 아이의 아버지 '주영수'

김명민이 주연을 맡아 열연한 '파괴된 사나이'의 주영수는 감정의 변화가 극한을 오고 가는 변화무쌍한 캐릭터다. 주영수의 첫 시작은 강직한 목사, 언제까지나 신 앞에 경배할 것만 같았던 그였지만, 하나뿐인 딸을 잃고 나서 이내 신을 부정하고 속물의 길을 택한다. 그 후 그는 어떻게든 살아보려 발버둥쳤지만 결국 신 앞에서 언제나 무력할 뿐인 나약한 존재였음을 깨닫게 된다. 영화 '파괴된 사나이'는 주영수를 통해 영화 종반부까지 이같은 종교적 메시지를 함축하고 진행된다는 점에서 종교인에게 던지는 시사점이 매우 크다.

목사를 그만둔 주영수는 사업을 시작하지만 8년 후 사업은 도산 일보직전이고, 애처롭게 계속 딸을 찾아 다니던 아내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가족도 믿음도 모두 잃어버리고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남자 주영수를 발군의 연기력으로 김명민은 현실감 넘치게 표현해냈다. 누구나 한번쯤 느껴보았을 인생의 고통을 현실감 있게 보여줌으로써 영화 '파괴된 사나이'는 삶의 교훈을 던지며 우리 개개인에게 심도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주영수가 겪는 모든 비극의 원인이 바로 딸의 유괴사건 때문이라면, 결국 처음부터 주영수를 파괴시킨 것은 바로 그 자신의 '부성애'였다는 결론이 나온다. 주영수가 그토록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딸을 찾기 위한 사투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단 한가지, 바로 그가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단지 아버지의 숙명을 따르는 것뿐이다. 가족간의 유대가 약해지고 가정으로부터 소외 받은 자녀들이 잇따른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영화 '파괴된 사나이'가 갖는 의미는 자식을 가진 부모계층에게 내가 이토록 자녀에게 헌신적이었던가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며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병폐적 물질만능주의를 반영하는 엄기준의 캐릭터 '최병철'

한편 '주영수'의 딸을 유괴한 범인 '최병철(엄기준 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는 사이코패스 캐릭터이다. 그가 8년 만에 주영수 앞에 나타나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는 이유는 자신이 갖고 싶어했던 고급 앰프를 사기 위해서지 다른 뜻은 없다. 주영수가 자기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딸은 단지 그에겐 돈을 뜯어내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목표를 달성하는데 방해가 되는 사람은 망설임 없이 죽여버린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나 남을 배려하는 마음 따위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듯한 캐릭터 최병철. 하지만 어쩐지 그의 행각이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져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물욕 때문에 인간의 도리를 버린 경우를 요즘 우리는 흔하게 접하고 있다. 돈이면 전부 다 상관없다는 사고방식, 성매매를 통해 모은 돈으로 명품을 사는 학생들이 넘쳐나고 돈 때문에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다. 영화 '파괴된 사나이'의 최병철은 현대 사회의 병폐적 물질 만능주의를 반영하고 있는 캐릭터이다. 그의 물욕은 단지 사이코패스의 그것이라고 치부하기에는 현대인의 그것과 너무도 닮았기에, 그의 모습은 현대사회의 슬픈 자화상인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며 강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 '파괴된 사나이'는 유괴되어 죽은 줄 알았던 딸이 8년 후, 그 놈과 함께 나타나고 딸을 구하기 위한 아버지의 필사의 사투를 그린 영화로, 7월 블록버스터 극장가에서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키며 흥행 중이다.


황용희 기자 hee21@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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