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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이 교과부와 '각' 안 세우는 이유는?


[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지난 9일 전교조가 곽노현 서울교육감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날 전교조 서울지부는 일제고사(학업성취도평가) 선택권은 좌고우면할 대상이 아니라면서 응시선택권 보장약속을 지킬 것을 곽 교육감에게 요구했다. 강원·전북 교육감이 일제고사·교원평가와 관련해 교과부와 각을 세우고 나선 상황이다. 진보 교육감 중 가장 조명 받던 곽 교육감이 일제고사 시행 등에 교육감이 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전교조의 비판을 받는 상황은 사실 뜻밖일 수 있다. 하지만 곽 교육감이 그간 밝혀온 의견과 주변의 목소리를 찬찬히 살펴보면 곽 교육감의 이 같은 행보는 상당 부분 이해해 볼 수 있다.


◆ 법 전문가.. 할 수 없는 일에 욕심 안 낸다 = 우선, 곽 교육감은 자신의 권한으로 일제고사와 교원평가를 손쉽게 막을 수 있는지 고려한 끝에 제지가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으로 보인다.

일제고사의 경우 법에 근거해 시행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이다. 이에 따라 지난 달 말 곽 교육감은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소관인 만큼 교육감으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교원평가의 경우 법제화에 실패하면서 시·도 규칙으로 시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법적인 뒷받침이 부족하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취임과 동시에 ‘교원 능력개발 평가제 시행에 관한 규칙 폐지 규칙(안)’을 입법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지역의 경우 곽 교육감이 취임하기 전에 평가의 대부분이 진행된 상황이었다. 지난달 말 교과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서울지역의 거의 모든 학교가 1학기에 평가를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1310곳의 대상학교 중 1308곳이 1학기까지 평가를 끝낼 계획인 것이다.


당시 당선자 신분이었던 곽 교육감은 교원평가 시행모형을 ‘학생 중심의 서술형 평가’로 바꾸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1학기에 평가가 실질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올해에는 이같은 계획을 펼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와 관련해 서울교육청 관계자 역시 “(교육감이) 법에 대해서는 전문가이시지 않느냐”면서 “교육감이 돼 행정조직 안으로 들어온 이상 법령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법과 제도를 어느 선까지 지켜야하는 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학력신장과 교원평가.. 기본 취지에 동의 =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제고사와 교원평가의 경우 곽 교육감이 그 근본 취지에 공감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학습부진을 바로잡는 것은 공교육의 무한책임 영역에 속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여름방학에 기초학력 미달학생, 학습부진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잡아줄 파격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제고사를 통해 학습부진아를 찾아내고 기초학력을 다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시행에 따른 부작용은 문제 삼으면서도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교원평가제에 대해서도 곽 교육감은 학생 중심의 서술형 평가제를 도입해 문제 있는 교사를 가려내겠다고 지난 달 밝힌 바 있다. 학생들에게 주기적으로 교사에 대한 만족도와 불만 사항을 서술하게 한 뒤 전문가들이 분석·평가하도록 하겠다는 개념인데 역시 제도의 취지에 공감하기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운영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신중한 성격.. 전교조에도 휘둘리지 않을 것” = 곽 교육감은 당선 이후 줄곧 신중한 행보를 보이면서 이념 편향 시비를 경계해 왔다. 이에 따라 주변에서도 그가 정치적인 목소리에 크게 흔들리지 않으리라고 판단하기도 하고 있다.


지난 8일 그는 “저 자신을 이념적 편향이 있는것 아닌가 우려하는 시선 있는데 두고 보시라”면서 “(나는) 이념적인 확신이나 속단에 따라 일하는 사람이 아니고 원칙과 상식에 따라 학생·학부모·선생님들의 관점에서서 실사구시적으로 교육행정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이달 초에는 “교육 현장의 혁신이 자칫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피해로 돌아가지 않을까, 또 학교 현장에 피로감을 누적시키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는게 사실”이라며 학생·학부모·교사를 염두에 두면서 신중하게 혁신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곽 교육감의 태도에 대해) 진보 진영에서 섭섭해 한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선거 중에 전교조 쪽과 갈라서기도 했다”는 얘기를 전했다. 이를 근거로 그는 곽 교육감이 전교조 등의 단체가 주장하는 내용에 별로 휘둘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또 다른 교육청 관계자는 “국민들이 지지하는 제도를 어떻게 하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일제고사를 통해 학습부진아를 가려내고 이들을 돕는 것을 국민들이 지지하고 있는데 교육감이 여기에 반대하고 나설 이유와 명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교원평가 역시 국민들이 취지에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 교원징계 등 난관.. ‘밀월’ 오래 가지 않을 수도 = 물론, 곽 교육감이 교과부와 마냥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리라고 볼 수는 없다. 우선 민노당 가입 교원징계 문제가 코앞에 있다.


지난 5월 교과부는 민노당 가입 협의로 서울지역 교사 16명(전국 134명) 전원의 파면·해임 방침을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징계를 결정하는 곳은 서울교육청 징계위원회. 곽 교육감은 그동안 여러 차례 교과부의 배제징계방침이 과도하다고 말했고 징계위원회 자체를 새롭게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과부가 교원의 정치활동에 대한 중징계는 불가피하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교육청이 이들 교원의 징계수위를 낮출 경우 마찰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의 문제도 잠복해 있고 일제고사 등과 관련해서 곽 교육감이 서서히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최근 곽 교육감이 교과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에 강한 태클을 걸지 않는 것에는 임기 초반부터 일부 정책에서 강경하게 나가 학부모·학생·교육계로부터 역풍을 맞을 경우 장기적으로 추진하려 했던 혁신학교, 무상급식·무상의무교육 확대, 교육양극화 해소 같은 정책들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으리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서울교육청은 곽 교육감의 지시로 지난 8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와 관련해 학교 교과과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하는 특별장학을 실시했다. 조사결과 조사대상 401개교(초등 149, 중등 151, 고등 101) 중 22.2%에 해당하는 89개교(초등 56, 중등 30, 고등 3)에서 점검항목 위반사항이 발견됐다.


이에 대해 곽 교육감은 파행사례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적게 드러났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유지,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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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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