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유로존 은행의 유럽중앙은행(ECB) 의존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유럽 자본시장 유동성 경색이 심화되면서 ECB가 민간 자본시장을 대신해 은행들의 주요 자금 조달처로 급부상했기 때문.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CB는 최근 약 9000억유로(1조98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유로존 은행들에게 대출해줬다. 이는 11년 전 ECB 창설 이래 사상 최고치와 맞먹는 규모이며 유로존 은행들의 국경간 대출과 필적하는 수준이다.
FT는 은행간 국내 대출이 6조3000억유로에 달하는 유로존 자금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서도 ECB는 느리지만 확고하게 유로존 3000개의 은행들의 ‘생명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ECB, 은행권 대출 급증 =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붕괴 이후 ECB의 유로존 은행 대출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ECB의 은행권 대출은 리먼브라더스 붕괴 전 5000억유로에서 채 3년도 못돼 9000억유로까지 급증했다. 무제한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돈맥경화’에 시달리는 유로존 은행권에 자금을 쏟아 부은 것.
뿐만 아니라 ECB는 550억유로의 유로존 국채를 매입했으며 은행들이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한 602억유로 상당의 커버드 본드 역시 사들였다.
그러나 유로존 경제에 대한 위기감은 여전히 시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한 은행권 종사자는 “유로존 자금 경색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스페인과 그리스 은행들은 은행간 대출을 통해서도 자금조달에 실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유로존 은행, 안전 자산 선호 심리↑ = 유로존 은행들은 이처럼 은행간 대출 거래인 오버나이트론(overnight loan)을 지양하고 0.25%의 초저금리를 제공하는 ECB의 하루예금(overnight deposit)을 선호하고 있다. 이는 위기감이 고조됨에 따라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증대, 유로존 은행들이 ECB를 ‘자산 피난처’로 여기고 있기 때문.
ECB는 지난 13일 은행들의 하루예금 규모가 리먼브라더스 붕괴 때의 예치금을 훨씬 넘어서는 3843억유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8일 기준으로는 3050억유로가 예치된 것으로 집계됐다. 리먼브리더스 붕괴 전 ECB 하루예금 규모는 통상적으로 100억유로를 넘지 못했다.
이와 같은 자금 경색은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의 은행들에게 직격탄으로 돌아왔고 이로 인해 이들 은행들의 ECB 의존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
▲스페인 은행권, 자금 확보 비상 = 특히 스페인 은행들은 지난달 스페인 정부의 지방은행 국유화 이후 심각한 자금경색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받게 되거나 채무 구조조정을 시행한다면 이 여파가 독일과 프랑스에까지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페인 은행들은 그동안 높은 자금조달 비용과 제한적인 자본시장 접근성으로 인해 최악의 자금경색난에 시달리고 있다. 은행간 대출은 물론 자산담보부증권(ABS)을 통해서도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
한편 전일 엘레나 살가도 스페인 재무장관은 “자금 경색이 해소되고 있다”면서 “희미하지만 스페인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FT는 ECB와 나머지 유로존 회원국이 기도하는 심정으로 이 판단이 빗나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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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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