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숙혜 기자]워런 버핏이 없는 버크셔 해서웨이와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언젠가 반드시 닥칠 현실이다.
생존하는 인물에 '전설'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시장에서 버핏의 위상은 대단하다. 정보기술(IT) 혁신이라는 측면에서 잡스도 전설적이기는 마찬가지. 애플이 IT 업계의 알곡으로 자리매김 한 것이나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천정을 뚫은 주가는 잡스의 작품이다.
두 인물 모두 자신이 이끄는 기업의 창업주인 동시에 상징 격이며, 우상이다. 해당 업계의 절대 지존으로 통하는 두 인물이 은퇴를 선언하는 순간 버크셔와 애플의 주가 그래프는 어떤 그림을 그릴까. 수장의 공백에 어느 기업의 주가가 더 큰 충격을 드러낼까.
90년대 이후 애플의 혁신은 잡스를 빼놓고 생각하기 힘들다. 애플만큼 디지털 컨버전스를 실현한 기업이 드물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고, 그 중심에는 잡스가 자리하고 있다. 그는 생사의 고비를 넘나드는 위기에도 3여년의 주기로 새로운 제품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IT 업계의 영웅으로 대접받는 잡스의 가치가 다소 부풀려졌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간이식 수술로 6개월간 자리를 비웠을 때 이렇다 할 경영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 때 영입된 중역들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개발의 중추라는 것.
하지만 애플에 필요한 것은 잡스의 혜안이다. 시장의 트렌드를 읽어내고 다음 세상을 지배할 제품을 구상하는 통찰과 과감한 결단이다. 잡스가 없는 애플을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과연 두려워할까. 잡스의 간이식 수술보다 그가 떠날 때 애플이 치러야 할 '브레인 이식'의 불확실성이 더 큰 이유다.
버핏은 어떤가. 그가 사실상 버크셔와 동일시된 것은 오래 전 일이다. 버크셔의 투자 결정이 시장에서 버핏의 행보와 동일시되는 것도 이 때문.
버핏이 버크셔를 떠난다고 해서 사람들이 코카콜라를 더 이상 마시지 않거나 게이코의 보험 상품에 가입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투자 자산은 선택의 문제일 뿐 그 자체로 혁신의 대상이라 보기 어렵고, 버핏의 부재가 버크셔의 자산 가치 하락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버크셔의 주주들이 후계 구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버핏의 오른팔인 찰리 멍거에게 온전한 신뢰를 보내지 않는 것은 그의 빈자리가 자산 운용 리스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설로 통하는 버핏의 명성이 사라지면서 버크셔에 남길 흠집도 주주 입장에서 간과하기 힘든 부분이다.
애플이 지배하는 IT 세상은 무척이나 역동적이다. 제품과 기술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소비자의 트렌드를 인식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반면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버크셔의 비즈니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반세기 이상 버핏이 심고 가꾼 노하우와 기업문화도 무시할 수 없는 버크셔의 버팀목이다.
이렇게 볼 때 버핏보다 잡스의 빈자리가 더 클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특히 IT 시장의 역동성을 잡스가 이끌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실린다. 버핏이 거대한 자산과 안정적인 수익성을 갖춘 벌링턴 노던 산타페를 인수한 것은 남모르게 자신의 은퇴를 준비하려는 속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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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 기자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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