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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업계 '친환경 바람'

페트병 재활용 축구대표팀 유니폼 원사로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화학섬유 업종에 있어 친환경은 아마 영원한 화두일 겁니다. 아무리 좋은 소재를 만든다고 해도 천연 소재만큼 환경친화적이지 않다는 인식 때문이죠."


화섬업계가 '굴뚝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종종 거론되는 '친환경' 제품을 통해서다.

다양한 친환경 섬유가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페트병을 재활용한 기능성 폴리에스터 원사는 최근 들어 뜨고 있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음료수병이 우리가 입는 기능성 스포츠웨어의 원료가 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국내 최대 폴리에스터 업체인 휴비스는 최근 축구 국가대표팀과 프로야구 SK와이번스에 잇달아 페트병을 재활용한 원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축구팀 유니폼을 제공하는 나이키에는 지난해 2월부터 원사를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테스트를 거친 후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 공급되는 유니폼에 정식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축구와 야구 종목에서 최상의 선수들이 착용하는 유니폼이 페트병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은 '화섬'의 이미지를 바꾸는데 일조할 전망이다. 친환경 섬유의 상용화와 함께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스포츠팀과 연계되면서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효성 역시 스포츠용품 업체를 중심으로 재활용 원사를 공급하고 있다. 휠라, 프로스펙스, 나이키, 크로커다일 등이 대표적인 고객사들이다. 효성은 현재 국내 재활용 원사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풀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국내 화섬업체들의 재활용 원사 사업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실상 미미하다.


휴비스는 올해 재활용 원사 매출 목표를 지난해 대비 2배 많은 30억원 정도로 책정했다. 늘려 잡기는 했지만 이 회사의 전체 매출이 1조2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새발의 피'다.


게다가 재활용 원사의 단가는 신규 생산 제품 보다 30% 가량 비싸다. 업계 관계자는 "수거, 세척 등 사전 준비 단계가 있다보니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원료인 폴리에스터 재생칩(chip)을 해외에서 사들여 제조공정에 투입하고 있다.


결국 환경 보호라는 명목 외에 재활용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특별히 없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한물 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국내 섬유산업이 재활용 원사 같은 친환경 아이템으로 낡은 이미지를 쇄신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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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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