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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787'機에 국내 기업이 노심초사한 사연은?

수개월간 탄소섬유 공급 중단..국내 수요업체 공급 재개에도 불안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부산에 있는 한 무인헬기 제조업체는 최근 수개월간 원료 수급 문제로 가슴을 졸였다. 핵심 원료는 다름 아닌 탄소섬유.


이 회사는 탄소섬유를 이용해 헬기를 만들어 판매하는데, 최근에 원료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은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돈이 있어도 물량을 구할 수 없는 심정은 안 당하면 모른다"고 토로했다.

이 회사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내막은 이렇다. 이 헬기 제조업체 A사는 일본 미쯔비시레이온에서 탄소섬유를 공급받아왔다. 물론 직접 구매하는 것은 아니고 중간에 탄소섬유 원사를 직물로 가공하는 업체를 통해 구매해왔다.

헌데 주요 공급처인 일본 미쯔비시레이온은 올 들어 돌연 원사 공급을 중단했다. 미쯔비시레이온 뿐 아니라 일본 도레이 등 세계 메이저 탄소섬유 메이커들은 모두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아무리 물량을 달라고 해도 이들 업체는 "없다"며 거절했다.

원인은 미국 보잉(Boeing)사에서 비롯됐다. 지난 2008년 미국 보잉사는 '드림라이너'라고 불리는 보잉787기를 개발했는데, 양산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보잉787기는 올해부터 일본 ANA(전일본공수)에 공급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돌입하면서 원료인 탄소섬유가 품귀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보잉787은 동체의 절반 이상을 탄소섬유로 만든, 문자 그대로 '꿈의 항공기'다. 탄소섬유는 강철의 6배의 강도를 갖고 있으면서도 무게는 철의 4분의1에 불과하다. 그만큼 연료 소모와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어 친환경적이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면서 보잉787기는 개발이 끝나기도 전에 전세계에서 850대 이상이 주문되기도 했다.


보잉사에 탄소섬유가 대량 공급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엉뚱하게 피해를 본 것이다.

국내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이달 초부터 공급이 재개됐지만 언제 다시 중단될지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탄소섬유 수요는 앞으로 크게 증가해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도레이는 보잉 외에 유럽 최대 항공기제작업체인 에어버스(Air Bus)사에 탄소섬유 동체를 내년부터 2025년까지 15년간 납품할 계획이다.


이외에 지난달에는 벤츠가 자동차용 카본섬유 부품을 도레이와 공동 개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 수요 기업 입장에서는 공급 중단 사태를 충분히 우려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최근 들어 국내 기업들도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잇달아 탄소섬유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도레이첨단소재는 2020년까지 연산 1만8000t의 탄소섬유를 국내에서 생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웅진케미칼, 효성 등도 사업 참여를 선언한 상태다.


헬기 제작업체인 A사 관계자도 "국내 수요 업체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양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질 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게 우선"이라면서 양질의 제품 생산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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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권 기자 igchoi@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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