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일본 경제 수장들이 일본 최대 연휴로 손꼽히는 ‘골든위크(4월29일~5월5일)’에 미국과 아시아 지역을 오가는 바쁜 일정을 소화해낼 전망이다. 연휴기간 동안 외교를 통해 일본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각광받는 해외 인프라 수출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다.
◆ 인프라 수주 위해 연휴 반납한 日장관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교통상은 29일과 30일 이틀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다.
마에하라 교통상은 방미 기간 동안 오바마 미 행정부가 추진 중인 80억달러 규모 고속도로 철도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일본 고속철도 시스템을 적극 홍보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프로젝트 수주를 희망하고 있는 일본 철도기업 CRA(Central Japan Railway)를 지원하겠다는 것.
마에하라 장관은 출발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일본 기업들을 위한 최고의 세일즈맨 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일본 기업의 성공은 일본 경제 성장으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센고쿠 요시토 국가전략담당상도 연휴를 반납하고 베트남을 향한다. 베트남 고위인사들을 만나 일본기업이 한국과 프랑스의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베트남 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도록 이들을 설득하겠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정부는 작년 베트남 역사상 처음으로 두 개의 원자력발전소를 건립하는 방안을 승인했는데, 프로젝트 규모가 현재 환율을 기준으로 105억달러에 이른다.
◆ 내수 침체에 해외로 눈 돌려 = 장기화된 경기침체, 인구감소·고령화 등으로 국내 수요에 큰 타격을 입은 일본은 최근 눈을 해외로 돌리고 시장 개척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특히 인프라 프로젝트의 경우 수억달러부터 많게는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대역사인 만큼, 이를 수주했을 때 얻게 되는 경제적 이득을 상당하다. 인프라 수출이 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를 이끌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환경에 대한 선진국 정부들의 관심, 이머징 국가들의 빠른 성장 등으로 철도와 원자력, 청정에너지 관련 인프라 프로젝트 수요가 늘고 있어 일본 정부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전세계 원자럭발전 프로젝트로 창출되는 이익이 2025년께 1조9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미스마타 히로키 경제산업성 핵에너지 정책책임은 “수출이 진작되지 않고서는 일본 경제 성장도 없다”며 “일본의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일본 내에서만 머무른다면 퇴화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일본이 과거 1960년대와 1980년대 고속성장 시대처럼 일본 기업들의 해외 활동을 적극 독려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일본 주식회사가 맹위를 떨치던 그 때처럼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들이 순조롭게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도록 국내에선 외국 경쟁 기업들을 견제하고 해외에선 외교를 통한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 ‘한국보고 배워라’..日정부 나섰다 = 과거 일본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기업들과 경합을 벌였으나 최근 들어서는 한국과 중국 등 이머징 국가들까지 여기에 가세,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기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원인도 여기에 있다.
미스마타 정책 책임은 “아부다비와 베트남의 원자력발전 프로젝트 수주를 각각 한국과 러시아에 뺏기면서 ‘올재팬 팀’으로 협력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한국과 러시아는) 정부기관의 주도하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일본 정부는 지난 주 국제협력은행(JBIC)이 선진국 내 철도 프로젝트에도 자금 대출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JBIC는 원래 개발도상국 대출을 주력으로 하는 국영 은행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통해 일본기업들의 미국 철도 프로젝트 수주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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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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