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웅진케미칼 등 신소재 개발에 역량 집중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3000억원 규모의 국방 섬유시장을 잡아라.'
지난 달 초 지식경제부와 국방부가 차세대 국방섬유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국내 섬유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올해 구매액 기준 800억원에 달하는 수입산 군용 피복 및 장구류를 모두 국산으로 대체할 예정이어서 각 기업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방부가 올해 책정한 피복과 장구류 구매 관련 예산은 3000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섬유 생산액이 한해 30조~40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방 섬유시장 규모는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각 기업들이 첨단 섬유를 개발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국방 시장은 향후 상용화를 위한 좋은 '테스트 마켓'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국방부가 도입할 계획인 차세대 섬유는 발열섬유와 위장이 가능한 스텔스섬유, 열에 강하면서도 강도가 높은 메타 파라계 아라미드 섬유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섬유는 현재 국책연구기관과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중이다.
국내 섬유기업 중 국방섬유 관련 프로젝트를 가장 활발히 진행하는 곳은 코오롱이다. 코오롱은 그동안 군납을 추진하는 등 국방부와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코오롱은 신섬유 개발을 위한 별도의 태스크포스팀을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2008년 개발에 성공한 발열섬유(히텍스)의 경우 코오롱글로텍과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패션머티리얼 등 3개사가 방한복 제작을 위해 공동으로 TFT를 구성한 상태다. 코오롱은 올 하반기부터 발열방한복 공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해 산업원천기술과제로 선정된 숨쉬는 섬유 개발에도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이 참여하고 있다. 숨쉬는 섬유는 땀 배출이 원활하도록 통풍성을 강조한 섬유다.
위장이 쉬운 스텔스섬유도 개발 대상이다. 이 섬유는 지난 2008년 지경부의 국책과제로 선정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통풍성과 위장성을 높인 특전사 전투복 샘플이 올해 6월께 나올 예정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연구기관에서 소재별로 샘플을 만들 계획인데, 실전테스트를 거쳐 양산업체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항공점퍼 개발에는 웅진케미칼 등 아라미드섬유 메이커들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점퍼는 지금까지 메타 아라미드 소재를 사용해 화재나 위기탈출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방부와 지경부는 제품의 안전성 향상을 위해 초내열성·난연·고강력 등을 갖춘 새로운 아라미드 섬유소재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신섬유의 상용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국내 섬유기업들은 아직 국방 시장 진입에 주저하고 있다. 국내 주요 화섬 기업 중 하나인 효성은 국방 섬유에 별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효성 관계자는 "해외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며, 국방시장을 위한 별도의 팀도 구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휴비스 역시 국방 섬유 시장에 별다른 대응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국방부는 자체 공급망을 갖추고 있는 만큼 외부기업이 뚫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관계를 지속적으로 맺지 않으면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코오롱 관계자도 "국방 방한복 시장에 대기업이 진입한 것은 유례가 없었다"고 말할 정도다.
이에 대해 정부 및 섬유산업연합회(섬산련) 측은 상업생산이 가시화되면 이들 기업의 태도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낙관하고 있다. 섬산련 관계자는 "아직 프로젝트가 국책연구기관 중심으로 진행되는 만큼 민간기업의 관심이 낮을 수밖에 없다"면서 "점차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경부 관계자도 "정부가 한꺼번에 많은 것을 할 수는 없다"면서 "이번 계획은 중장기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단계가 진행될수록 민간기업의 호응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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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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