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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두바이 개장..5년만의 '신화'

[아시아경제 김병철 두바이특파원]두바이가 쌓아올린 탑, 버즈두바이가 드디어 4일 개장한다.


2004년 1월 첫 삽을 뜬 지 5년만이다. 세계 최고하면 두바이를 떠올리게 했던 버즈두바이. 과연 두바이는 최고를 만들었다. 높이 818m, 층수 160층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개장 하루 전인데도 최종 높이와 층수는 여전히 미지수다. 두바이가 극적인 홍보효과를 노리기 때문이다.

총 12억 달러가 공사비가 소요된 버즈두바이는 연면적이 총 49만 5870㎡ 규모로 우리나라의 코엑스 몰(11만 9000㎡)보다 4배나 더 큰 그야말로 '수직도시'다. 수직도시 버즈두바이에는 1~39층은 호텔, 40~108은 고급 아파트, 109층 이상은 사무실로 꾸며졌다. 123~124층은 세상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도 설치됐다.


2008년 7월 두바이의 부동산 가격이 최고조에 이를 즈음 버즈두바이의 아파트의 3.3㎡당 가격은 1억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주는 확실한 조망권은 물론 버즈두바이에서 산다는 자부심의 값이리라.

버즈두바이 건설현장에서 만나는 삼성건설의 작업복을 걸친 아시아계 노동자들도 고향으로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버즈두바이에서 일했다는 것을 자랑하겠노라고 말한다.


하물며 버즈두바이의 리딩 컨트랙터, 삼성건설의 자부심은 더 말해 무엇 하랴. 삼성건설의 기술과 능력은 이미 두바이에서는 한국인의 자랑이다. 버즈두바이를 한국의 삼성건설이 짓는다는 사실은 웬만한 두바이 사람들이라면 다 안다. 그들이 알아줄 때마다 한국인들은 어깨가 으쓱해진다. 그렇게 버즈두바이는 두바이와 함께 한국의 위상도 높였다.



그러나 세계 최고가 되고자 했던 버즈두바이의 꿈은 결코 쉽지만 않았다. 버즈두바이가 한창 자라던 지난 6년,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으로 버즈두바이의 꿈은 다만 아름다웠고 또 세상 사람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세계 금융위기와 함께 두바이는 버즈두바이가 '21세기의 바벨탑'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더 자주 들어야 했다. 당초 2008년 말 완공 예정이었지만, 디자인 변경 등의 이유로 완공은 여러 차례 미뤄졌다. 혹자는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두바이가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에 희생양이 됐다고 말한다. 마치 두바이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는 듯.


미국의 '월 스트리트'는 몰락의 길로 들어 설 수밖에 없을 만큼 과연 탐욕스러웠다. 그런데 두바이도 '월 스트리트' 못지 않게 탐욕스럽게 투기에 열중했다. 2008년 여름 두바이 부동산시장에서 한 달만에 시세차익이 '억억' 하던 때를 생각하면 두바이의 욕망도 '월 스트리트' 못지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여하튼 버즈두바이는 우리 곁에 왔고, 세계 최고의 빌딩은 지금은 안타깝게도 세계에서 가장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확실한 것은 앞으로 두바이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버즈두바이를 배경으로 한 기념사진을 찍을 것이라는 것. 아니 버즈두바이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두바이를 들릴 지도 모른다. 인간의 욕망 또는 꿈을 표현한 건물 앞에 자신의 모습을 담고 싶은 것도 인간의 또 다른 작은 욕망이리라.


그래서인지 두바이는 꿈꾸고 욕망하는 사람처럼 '너무나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최근 연방정부로부터 2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아서인지 이제 독립된 '나라'라기 보다는 UAE 연방의 작은 '도시'가 된듯한 두바이! 그래서인지 두바이는 지금 마치 '가진 것 없던 시골청년이 서울에서 제 힘으로 승승장구하다 크게 한번 넘어진' 모양새다.


크게 넘어진 이 시골청년에게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것 같지만, 충직한 친구는 오히려 '따끔한 충고'를 전하고 싶다.


"이봐 친구, 돈도 출세도 좋지만 좀 지쳐 보이는군. 이제 다른 것에서 자네의 행복을 찾아보는 건 어때?"



김병철 두바이특파원 bc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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