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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투자의 거장들⑨]'물타기'로 흥한자, '물타기'에 몰락

-물타기의 창시자 다니엘 드루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물타기라는 주식용어가 있다. 지금은 주식시장 뿐 아니라 정치, 사회 등 다방면에서 두루두루 쓰이고 있지만 물타기의 어원이 소와 관련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세기 초반 소 트럭 운전사였던 미국의 다니엘 드루(Daniel Drew)는 자신이 소를 나르던 뉴욕의 카르멜 지역 농부들을 속여 많은 소를 손에 넣게 된다. 소를 살 돈이 없어서 외상으로 소를 빌리고 나중에 외상값을 떼먹었던 것. 소를 손에 넣고 가축상인이 된 그는 소를 팔기 전에 소금을 많이 먹였다. 소금을 먹은 소는 갈증이 나고 물을 찾았다. 많은 물을 먹은 소는 몸무게가 크게 늘게 됐다. 당시 살아있는 가축은 몸무게로 가격을 정했기 때문에 드루는 큰 돈을 벌었다. 그리고 그는 물타기라 불리는 이 사기 기술을 그대로 주식시장으로 들여왔다.

소를 팔아서 부자가 된 다니엘 드루는 1857년 재정적으로 파산상태에 빠진 이리(Erie)철도의 경영권을 차지한다. 이사회를 장악한 드루는 공매도를 통해 이리철도의 주식을 매도하고 신주를 발행해 주식을 물타기했다. 이는 전형적인 주가조작 수법이며 시장 감시기능이 발달한 요즘 같은 때였으면 큰 사회적 물의를 빚었을 것이다.


드루는 이렇게 9년 동안 맘껏 부정을 저질렀고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러나 1866년이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숙적인 밴더빌트가 철도 사업을 독점하기 위해 이리철도의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후에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리전쟁(Erie War)은 이렇게 시작됐다.

처음에는 밴더빌트가 쉽게 이리철도를 장악하는 듯했다. 드루보다 부자였던 밴더빌트는 재력을 바탕으로 이리철도의 주식을 지배지분 만큼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밴더빌트는 드루의 물타기 수법을 간과했다. 밴더빌트가 이겼다고 생각할 무렵 드루는 이리에 350만 달러를 대출해주고 미발행주식 2만8000주와 전환사채 300만 달러 상당을 받아서 시장에 쏟아 부었다. 더 많은 주식을 시장에 풀어 경영권을 보호했던 것이다.


물타기를 몰랐던 밴더빌트는 신주를 계속 사들였지만 나중에 사기를 감지한다. 그리고 매수해둔 판사를 동원해서 이리 경영진에게 주식 추가발행을 금지하는 강제명령을 내렸다. 그래도 주식을 계속발행하자 드루는 수배됐고 뉴욕주와는 법이 다른 옆 동네 뉴저지로 결국 도망을 쳐야했다.


이리전쟁이 장기전에 돌입하게 될 조짐을 보이자 밴더빌트는 드루의 동맹이었던 제이 굴드와 짐 피스크에게 드루의 축출을 조건으로 몰래 타협을 맺는다. 드루 만큼 사기에 밝았던 굴드와 피스크는 이리철도의 주가를 하락 조작해 드루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자신이 즐겨쓰던 수법으로 믿었던 동료에게 배신을 당하고 만 것이다.


월스트리트에서 외면당하자 드루는 몰락하기 시작했다. 이리철도를 잃고 나서도 1300만 달러를 갖고 있었지만 그는 늙고 병들었다. 예전 만큼 순발력도 없었다. 결국 1873년 경제 공황 때 전 재산을 잃고 60년 전 농부들을 속이고 소를 갈취했던 그 곳으로 돌아가 지은 죄에 시달리다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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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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