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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현지화 발판 '글로벌 LG' 점프

제3부 영토확장 나선 기업들 <6>LG전자

[아시아경제 김정민 기자]
AI바이러스 퇴치기능 에어컨 등 국가별 맞춤 전략
최고경영진 9명중 6명 외국인 '국적파괴' 실험 계속


칭기스칸이 이끌던 몽골군은 수만Km의 원정길을 거쳐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병력이 되레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진군 중에 정복한 유목민과 현지인들을 다시 병력으로 흡수, 이들이 지닌 전투기술과 지식을 적극 활용했다.

서방 원정길에 위구르족과 중국의 공성 기술자들이 합류해 성채 공략 나섰던 게 대표적이다. 싸울수록 커지는 군대, 몽골군을 최강의 군대로 키워낸 '개방과 현지화'라는 두 가지 코드는 LG전자의 글로벌 전략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LG전자를 무국적 기업으로" =LG전자 최고 경영진 9명중 6명은 파란눈의 외국인이다. 지난 2007년 12월 미국 제약업체인 존슨앤존슨과 화이자를 거쳐 LG전자에 합류한 더모트 보든 최고마케팅 책임자(CMO)를 시작으로 토마스 린튼 최고구매책임자(CPO), 디디에 쉐네보 공급망관리최고책임자(CSCO), 브래들리 갬빌 최고전략책임자(CSO), 제임스 셰드 최고 현장유통책임자(CGTMO), 피터 스티클리 최고인사책임자(CHO)가 경영진에 합류했다.


남용 부회장을 포함, 단 3명만이 국내파다. LG전자의 파격적인 인사실험은 남용 부회장의 취임과 함께 시작됐다. 남 부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일 잘하는 인물을 영입하겠다"는 취임일성과 함께 전체 임원중 외국인 비율을 10%대로 끌어올렸다. 국내 기업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첫 외국인 임원으로 LG전자에 입성한 더모트 보든 부사장이 지난해 세계 3대 스포츠 대회인 '그랑프리 레이싱' 후원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미국대학스포츠협회와 3년간 휴대폰, 가전, 디스플레이 등 3개 분야에서 독점적인 마케팅 지위를 확보하는 등 외부 수혈한 이들은 LG전자를 조금씩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그러나 남 부회장은 아직도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외국인 임원 비율을 높이는 소프트웨어적인 해법만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프로세스, 시스템, 조직구성 등 하드웨어까지 모두 글로벌화 나가겠다는 의지을 불태우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한국 본사'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국내 근무자들은 소속 법인이 'LGEKR'로 표기된다. 여전히 한국법인이 전체 법인을 컨트럴하는 중추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해외 현지법인에서 직원들에게 한국 또한 수많은 월드마켓중 하나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파격적 조치다.


또한 지난 2007년부터는 전세계 현지법인의 인사 제도를 통합해 해외 인재들을 본사와 동일한 시스템 아래서 승진과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남 부회장은 취임이래 사내 회의를 영어로 진행하고 보고서도 영어로 작성하게 하는 등 '영어 공용화' 운동을 강도높게 추진 중이다. 심지어 국내 본사와 공장의 구내식당 메뉴에 외국어를 병용하는 것은 물론 1년 전부터는 영어와 한국어를 병기한 사보를 발행하고 있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몇 년 후에는 LG전자가 미국 회사인지 영국 회사인지 모를 정도로 현지화된 기업이 되도록 하겠다" (남용 부회장)


세계 최대 소비시장 조사 전문업체 'TNS(Taylor Nelson Sofres)'와 아시아·태평양지역 유력 경제지 '미디어(Media)' 잡지가 최근 공동 발표한 '아시아 톱 1000 브랜드 2009'에 따르면, LG전자는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분야 모두 1위를 석권해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3관왕을 기록했다. 이같은 성과는 90년대 초반 본격적인 해외진출에 나서면서 꾸준히 추진해온 현지화 노력의 결실이다.


LG의 현지화 전략은 '생산, 인적자원, 전략, 제품'을 모두 현지의 기후와 관습, 소비자의 생활습관 등에 맞춰 바꿔나가는데 있다. 특히 현지인들의 감성을 공략, 그들의 문화를 LG제품에 담아내기 위한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주요 현지법인마다 현지에서 채용한 인재들로 구성된 R&D센터를 갖추고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제품 개발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가정집에 CCTV를 달아놓고 냉장고의 개폐 패턴을 분석, 제품의 설계와 디자인을 인도인들의 생활습관에 맞췄다. 아울러 전력사정이 취약한 인도 현지 사정을 고려해 정전시에도 냉장기능이 상당기간 유지되는 제품을 개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또 인도네시아에서는 조류독감에 민감한 현지 소비자들을 고려, AI 바이러스 퇴치 기능을 적용한 에어컨과 현지 산학협력을 통해 선호 음질을 반영한 홈시어터를 출시, 큰 호응을 얻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각국에서 LG전자의 주요 제품들은 국민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브라질에서 LG전자는 플라스마 TV(점유율 68%), 액정표시장치(LCD) TV, 홈시어터, DVD레코더, LCD모니터 등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국민브랜드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러시아에서는 모니터, 전자레인지에 이어 오디오, 청소기, 에어컨 등 5개 품목이 국민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또 인도네시아에서는 9월까지 누적기준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하며 가전제품 전분야에서 1위에 오르는 놀라운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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