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염전이나 폐양식장, 폐광 등 친환경골프장으로 대대적인 변신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김세영 기자]'불모의 땅', 그 화려한 변신.
폐염전이나 폐양식장, 폐광 등 지역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땅들이 이제는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바로 그 중심축이 골프장이다. 과거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오해를 받았던 골프장이 이제는 건설 과정은 물론 이후 운영까지 자연친화적인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와 동시에 환경복원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 버려진 땅? 기회의 땅!= 골프장 조성에는 막대한 부지가 필요하다. 국내 지형은 특히 산악이 많아 평지에 건설할 때보다 더 많은 땅이 필요하다. 통상 18홀을 건설하는데 30만평 이상의 부지가 들어간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넓은 땅이 필요하다보니 건설비도 그만큼 상승하고, 이는 회원권 가격과 그린피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폐염전 등 '버려진 땅'은 그러나 일단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토지매입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염전이나 양식장으로 사용된 곳의 경우 소금기가 없는 흙으로 대체하는 비용이 발생하지만 대신 산을 깎는 토목비용이 빠진다. 지역민들의 반발도 상대적으로 적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다양한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당연히 법률적인 변경이 토대가 됐다. 정부는 2003년 말 폐염전 등에 관한 행정지침을 변경했다. 이에 따르면 이전에는 골프장을 지을 수 있는 면적을 기초자치단체별로 임야의 3% 이내로 제한했지만 이를 없앴다. 대신 골프장 총면적이 광역자치단체 내 임야 면적의 5%를 넘지 않도록 했다.
이를테면 수도권 근교의 '골프특구'에서는 비교적 좋은 입지를 갖추고도 시ㆍ군별 3% 제한 규정 때문에 골프장을 새로 지을 땅이 부족했다. 하지만 골프장 면적을 산정할 때 폐염전 등은 5% 한도에서 제외키로 해 경제성이 떨어지는 유휴지에 골프장을 만드는 것이 자유로워졌다. 여기에 쓰레기 매립지와 함께 간척지가 포함돼 영종도의 스카이72골프장 같은 대규모 골프장이 탄생했다.
코스설계가인 송호씨는 "일본 도쿄에는 매립지를 활용해 골프장을 건설한 사례들이 많고, 미국에도 채석장을 활용해 골프장을 만든 사례가 있다"면서 "국토 면적이 좁은 국내에서도 버려진 땅들을 더욱 활용할 수 있는 방안과 관련기관의 지원책 확대를 활발하게 모색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폐염전과 폐탄광 "이제는 수려한 골프장으로"= 전북 군산 군산골프장 부지는 원래는 염전이었다. 한때 천일염 생산지로 명성을 날리다가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바닷물이 막혀 서서히 염전의 모습이 사라지게 됐다. 당초 이곳에는 국제 자동차경주장이 들어설 계획이었다가 이마저 중도에 표류하면서 부지는 흉물스런 몰골로 남게 됐다.
돌파구는 결국 골프장이었다. 군산레저산업은 방치된 땅을 사들여 국내 최대 규모인 81홀 코스를 완성했다. 총연장 45km에 달하는 골을 파고, 흙을 채취한 부분에는 물을 채우는 친환경공법이 적용됐다. 현재 코스를 둘러싼 물길에는 물고기가 유영하고 있고, 저렴한 그린피로 골퍼들이 가득하다.
충남 당진 파인스톤과 전북 고창의 고창 역시 폐염전 부지에 건설됐다. 간척지에 탄생한 스카이72골프장 역시 72홀의 매머드급 규모로 수도권 골퍼들의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경남 남해 힐튼남해도 매립지에 세워진 코스다.
바닷가와 달리 강원도는 폐광을 골프장으로 재탄생시켰다. 정선 하이원골프장이 대표적이다. 석탄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폐석더미가 산을 이뤘던 곳이다. 여기에 골프장은 물론 호텔과 스키장 등 종합리조트 시설이 들어섰다. 충북 단양 오스타단양골프장도 원래는 석회석을 채굴하던 지역이었다. 현대성우리조트가 캐나다 벤쿠버의 부차드가든골프장을 벤치마킹해 개발했다.
김현종 하이원골프장 홍보팀장은 "입장객들이 '여기가 정말로 예전에 폐광이었냐'고 놀라기도 한다"면서 "코스 내에 조성된 연못과 조경수로 침출수 등을 대대적으로 식재해 자연정화하므로 생태계 복원에도 큰 효과가 있고, 고용창출 등 지역의 새로운 산업모델로 확실히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김세영 기자 freegol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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