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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명장]"한옥 사랑은 전통과 역사에 대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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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대 명장에 길을 묻다 <19>이성우 도편수

25년간 전통건축 한길 '돈보다 작품' 마음가짐
당장 겉은 차이 없어도 대충 만든 집 결국 뒤탈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열일곱 나이 소목으로 가구를 만들었던 손이 이제는 대목장 이수자이자 도편수가 됐다. 그의 손에 전국에 있는 수많은 전통건축물이 새롭게 혹은 다시 태어났다.

전통 한옥건축만 25년 이상 다뤄 온 도편수 은당(銀堂) 이성우 선생(남 56)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최근 한옥아파트나 한옥호텔 등 한옥 보급화의 흐름을 타고 소위 '한옥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이성우 선생을 만나 앞으로 우리 한옥이 가야할 방향을 들어봤다.


이성우 선생은 목수 인생의 길을 걸으며, "평생 지을 집은 다 지어본 것 같다. 1년 동안 10동씩,100동이 넘는다. 보통 목수가 1년에 많아야 4~5동 지은 것과 비교하면 비중이 크다"며 스스로의 삶을 회상했다.

그의 이력은 일반 대목장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충남 부여 출생인 그는 열 일곱살 중학교를 졸업한 후 돈을 벌기 위해 서울 근교의 가구공장에서 15~16년간 일했다. 30살쯤에야 전통건축분야의 목수가 됐는데 그 기회는 너무나 우연히 찾아왔다.


가구를 만드는 일을 잠시 쉬고 있었던 어느 여름 경기 김포의 집근처에 있는 '대중사'에 들렀다. 그곳에서는 종을 담아놓는 집인 '종각' 공사가 한창일 때 그는 그 일을 잠시 도와주게 됐다. 이 계기로 대목장 이중구 선생 밑에서 일하게 됐고 부산에 내려가 범어사 대성암을 짓는 것을 시작으로 전통건축 목수 일을 하게 됐다.


5년 후 김달원 대목장과 2년 정도 함께 일하면서 충북 속리산의 법주사 안 고승들의 초상화를 모시는 조사당과 스님들이 기거하는 140평짜리 용화당을 지었다.


본격적으로 전통목수로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때는 이후 1992년부터 2002년 6월까지다. 대목장 신응수 선생과 11년간 경복궁과 창덕궁의 개보수 공사를 하면서였다. 그는 신응수 선생과 일하면서 대목장 이수자 자격을 인정받았고 2002년 이후 독립해 도편수로 전국방방곡곡을 누비며 전통건축 목공사의 우두머리로 일하고 있다.


도편수란 집을 지을 때 책임을 지고 일을 지휘하는 우두머리 목수다. 그는 함께 일하는 젊은 목수들이자 후학들에게 "작은 집 하나라도 목수 자신이 스스로 만족하는 집을 지어야 한다. 목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돈 생각 말고 작품한다는 생각으로 집을 지으라"고 조언한다.


건축주가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도 목수를 고르는 것이라고 했다. 도편수는 모든 시공에서 필요한 목공사, 미장, 기와, 석공사, 심지어 전기나 배관공사까지 꿰뚫고 전체 과정을 조화롭게 이룰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장인 정신이 있는 책임자와 상의해야 건축주가 원하는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이선생은 요즘 한옥 보급화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기분이 좋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대로 된 한옥이 지어지지 않을까봐 걱정도 많다.


최근 한옥시공 실무분야의 기술학교가 청도, 삼척, 포천 등 전국적으로 10여 군데 넘게 생기고 있는데 6개월이나 1년 과정을 마치면 일을 할 수 있는 목수가 된다.


이 선생은 "집을 제대로 지으려면 경력과 식견이 있어야 해 최소 10년은 일해야 한다"면서 "당장 지을 때는 겉으로 볼 때 별 차이가 없을지 모르지만 3~4년 지나면 대충 만든 집은 쳐지거나 벽이 갈라지는 등 하자가 생기기 마련"라고 말했다. 즉 학교에서 일이년 배우고 목수가 되는 세상에서 제대로 장인정신을 발휘할 사람이 나오겠냐는 우려다.


그는 또 "보급화에 따른 대량생산과 기계화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며 한옥다운 맛을 가지려면 손으로 쓸 곳은 손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옥바람'과 함께 한옥이 삶과 함께하는 살아있는 건축물이 되게 하기 위해 문화재나 민속촌의 보존건축물이 아니고서야 주택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변형이 가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단 외형은 고전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한옥의 장점도 내부에 적용하면서 현대식으로 실용적인 변형이 가해져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이 사는 건축물이어야 오래 간다"면서 "지방에 고택들이 많은데, 사람이 살지 않아 2~3년 지나면 또 폐가가 되고 다시 개보수를 해야 하는 실정인데, 옛 건축물을 오래간 살리고 사람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울 등 대도시에 아파트만이 우후죽순 세워지는 것도 걱정거리다. 한옥의 과학적 장점을 살리고 실용성을 키워 살기 좋다는 인식이 커져 집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전통의 미를 공유하는 분위기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까지는 평당 단가가 700만~1000만원에 달하는 건축비용이 비싸다는 인식이 있어 한옥을 지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데, 시공 단가 역시 낮아져야 보급화에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선생은 "단가를 저렴하게 하면서도 인체에도 좋고 한국정서가 반영된 황토벽돌을 사용하는 방법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젊은이들이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현장에 직접가서 살펴보며 전통과 역사에 대해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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