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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②]김동호 위원장 "해외서 인정받을 때 자긍심 느낀다"(인터뷰)


[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1937년생이지만 여전히 청년이다. 영화제 개막을 앞둔 김 위원장의 약속 일정을 살펴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빽빽하다. 지방 출장은 기본이고 해외 영화제 출장까지 20대 청년도 소화하기 힘든 업무량이다.


전세계 영화제를 누비며 한국영화와 부산국제영화제를 세계 영화인에게 알린 김동호 위원장은 지금 14번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역대 최다 상영작인 355편을 들고 전세계 관객과 영화인, 취재진을 맞이한다.

해외에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아버지'로서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해 온 김동호 위원장에게 신종플루나 색깔논쟁 등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 보였다. 베테랑 공무원이자 행정가였던 그의 세심함과 꼼꼼함, 치밀함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성장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부산국제영화제 사무실에서 김동호 위원장과 만났다.


- 규모가 역대 최대다. 외형뿐만 아니라 게스트나 상영작 구성도 역대 최강이라 할 만하다.

▲적정한 규모는 300편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올해엔 부산을 찾는 거장감독들이 과거보다 많다. 코스타 가브라스, 조니 토, 트란 안 헝, 장 자크 베넥스 등이 부산영화제를 찾는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작품을 몇편씩 상영하게 돼서 작품수가 많아졌다. 거기에 올해 타계한 유현목 감독과 고(故) 장진영 추모전도 마련하다 보니 작품수가 더 늘어났다. 또한 아프리카 국가들이나 아프가니스탄, 네팔 등에서 나온 좋은 영화들을 소개하느라 더 늘어나기도 했다.


- 올해 부산영화제의 특징 중 가장 자랑할 만한 건 어떤 것인가.


▲영화 프로그램만 놓고 보면 좋은 한국영화를 많이 상영하게 됐다는 점이다. 젊은 신인감독들의 영화나 기성 감독들의 두 번째 영화가 주목할 만하다. 모두 월드 프리미어(전세계 최초상영)다. 새로 상을 신설한 플래시포워드 부문은 비(非)아시아 지역 신인감독들의 새로운 영화를 보여준다. 월드시네마와 거장감독들의 특별전 부문도 두드러진다.


- 경쟁 부문을 강화하려는 의도인가.


▲아니다. 부산영화제의 경쟁 부문은 오로지 신인감독을 대상으로 한다. 칸이나 베를린, 베니스처럼 경쟁 영화제가 될 일은 없다. 앞으로도 그 쪽으로 옮겨가지는 않는다. 그렇게 되면 일시에 추락한다.


- 올해 영화제는 게스트가 무척 화려하다.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같은 경우는 4년 가까이 만나며 초청했다. 트란 안 헝 감독은 지난해 바르셀로나영화제에서 함께 심사하면서 이야기를 해뒀다. 올해 이뤄지지 못했지만 쿠엔틴 타란티노를 칸에서 만나 4시간 동안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했다. 올해는 일정이 안 맞아서 못 오게 됐지만 내년이나 내후년에 오겠다고 했다. 다리오 아르젠토는 원래 딸인 아시아 아르젠토와 함께 오기로 했었는데 딸이 아이를 봐줄 보모를 못 구해서 딸은 못 오고 아버지만 오게 됐다.


- 신종플루에 대한 대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걱정이다. 우선 서울 백병원과 제휴해서 해운대 그랜드호텔에 본부를 만들어 놓고 항상 의료진을 대기할 예정이다. 예방과 치료에 만전을 기하겠다. 극장은 하루에 한 번씩 꼭 소독하고 관객들도 손을 늘 깨끗히 할 수 있도록 소독제 8만병을 확보했다. 사실 해외의 다른 국제영화제는 이런 게 거의 없다. 괜히 우리만 과민반응을 일으킨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웃음)


- 1회부터 13회까지 치르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것과 아직도 미흡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어떤 게 있나.


▲흡족스러운 것은 단시일 내에 전세계에서 주목할 만한 영화제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해외 영화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부산에 꼭 가보고 싶다는 말을 듣는다. 실제로 해외 영화제를 다녀 보면 부산영화제처럼 활력이 넘치는 영화제도 없다. 젊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세계 유일의 영화제다. 그런 점에서 자긍심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이 지긋한 중년층의 관객을 더 끌어들일 수 있을 만한 보완책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또 2~3년 후면 해결되겠지만 영화제 전용관을 만드는 것이다. 부산영상센터가 준공되는 2011~2012년에는 해소될 수 있을 거라 본다. 또한 칸이나 베를린의 절반밖에 안 되는 예산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 적정 예산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올해 예산이 지난해 89억원보다 10억원 정도 늘어난 99억 5000만원이다. 다다익선이겠지만 150~200억원 정도면 안정되게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건 어떤가.


▲그게 쉽지 않다. 재단에 1000억이든 2000억이든 기금이 적립돼 있으면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예산은 최소한 그 기금에서 확보될 수 있으니까. 사실 그게 가장 이상적인 목표라고 볼 수 있다. 2000억만 확보돼 있다면, 굉장히 좋은 일이다.(웃음) 부산시와 협의하고 있긴 한데 그쪽에서도 부담스러워 한다. 일단은 부산영상센터를 완공해서 들어가는 게 급하다.



- 상영관이 남포동과 해운대로 분리돼 있어서 관객에게 불편하다. 남포동 상영관은 계속 유지할 계획인가.


▲그렇다. 올해엔 남포동에서 전야제 행사를 치른다. 지난해까진 중구청 주관으로 했는데 올해는 부산영화제와 중구청이 공동으로 진행한다. 남포동 비중을 좀 더 늘리려고 한다.


-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이 실무를 거의 다 하고 있다. 나는 대외적인 일을 많이 하는 편이다. 금년이든 내년이든 그만두더라도 조직 운영이나 기능에 동요가 전혀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 사진작가 못지 않은 실력으로 유명한데 부산영화제를 주제로 사진전을 열 생각은 없나.


▲원래는 올해까지 하고 그만둘 생각이었다. 내년까지 맡게 됐는데 퇴임에 맞춰 내년 영화제에서 사진전을 열어볼까 생각 중이다.


- 아시아에 부산을 의식하는 경쟁 영화제가 늘고 있다.


▲도쿄영화제에 새로운 회장이 부임하면서 자기혁신을 꾀해 나가고 있다. 정부지원도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런 노력을 계속해 나간다면 부산영화제와 상당한 경쟁관계가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홍콩영화제도 급성장하고 있다. 협력할 건 협력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쭉 해나가야 한다.


- 부산영화제에 대한 개인적 바람이 있다면.


▲부산영화제가 현재 위치 이상으로 계속 발전해 나가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젝트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좋은 영화를 선정하는 노력도 배가시켜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정진해 나가면 아시아에서 가장 좋은, 세계적으로 가장 좋은 영화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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