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둔화 여부에 대한 명쾌한 시그널 필요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극심한 가뭄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는 한 농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창고는 텅텅 비어가는데 별다른 대책이 없는 농부는 매일 하늘만 쳐다보며 비가 내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농부를 불쌍히 여긴 나랏님이 농부의 집에 쌀 열가마니를 보냈다. 농부는 당장 먹을 게 생겼다는 생각에 덩실덩실 춤을 춘다.
아직도 비는 내리지 않고 땅은 말라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전날 뉴욕증시가 농부의 모습과 닮았다고 하면 다소 억지일까. 뉴욕증시는 120포인트, 약 1.3% 가량 오르면서 오랜만에 기지개를 켰다.
뉴욕증시는 지난 사흘간 연일 미끄러졌는데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다우지수가 1만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부담감과, 또 다른 하나는 일부 경기지표의 예상과는 다른 부진한 결과가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점이다.
이미 지수는 경기회복을 기대하며 1만선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막상 실제로 나오는 경기지표는 예상과는 달리 부진한 흐름을 면치 못하고 있었던 것이 지수를 떨어뜨린 원인인 것이다.
그런데 전날 뉴욕증시가 오른 것은 M&A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물론 M&A가 늘어나는 것 역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볼 수 있지만,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정말 경기회복이 둔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확실성을 해소해준 것은 아니었다.
가뭄으로 걱정하던 농부가 당장 먹을 것이 생겼다는 데 일단 안도한 것과 다름이 없어 보인다.
특히 전날은 유대교 휴일인 욤키퍼를 맞이해 거래량이 적었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탄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지난 주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와 소비심리평가지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표들이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다. 특히, 주택 및 소비 등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또 최근들어 안도감을 느끼기 시작한 지표들도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다.
미국 뿐만이 아니다. 빠른 경기회복을 자랑했던 우리나라 역시 최근들어 경기회복 속도가 멈칫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경기선행지수의 회복세는 지속되고 있지만 6월을 고비로 전월비 상승폭이 둔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고, 발표를 앞두고 있는 9월 산업생산지수 역시 전월대비 0.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역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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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지수(VIX)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꾸준히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던 VIX 지수는 어느 덧 역사적 평균 수준까지 근접했다. 지난 해 특수한 위기로 인해 지나치게 많이 올랐던 VIX가 이제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토러스투자증권은 VIX가 과거 평균까지 근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방 압력은 어느 정도 완화됐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고, 이것이 또다시 레인지를 형성하며 움직인다면 이는 주식시장의 변곡점을 예측할 수도 있게 된다고 말했다.
채권금리 역시 지켜볼 부분이다.
지난 3월 이후 주식시장과 채권금리는 동행성을 띄고 있었지만, 7월 이후 이 흐름은 눈에 띄게 약해졌다.
주가는 꾸준히 올랐지만 채권 시장은 주가와는 달리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미 연준(Fed)의 국채 직매입 효과라고 볼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채권금리의 하락 추세가 지속된다면 경기가 둔화되는 신호로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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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장이 원하는 것은 경기회복에 대한 명쾌한 시그널이다.
이미 음식을 한가득 시켜 배부르게 먹었는데 지갑의 돈이 충분하지 않다면 안절부절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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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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