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재무부가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인 상업용 부동산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의 뇌관이 터질 경우, 대출금도 다 갚지 못한 상업용 부동산의 압류가 급증, 채권으로 월스트리트에 매물로 쏟아져 나와 모처럼 회복세를 되찾고 있는 경제를 급속도로 냉각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불황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로 실업이 증가하고, 소비 심리가 얼어붙어 소매업체들의 파산이 잇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그나마 겨우 살아남은 기업들도 임대료는 물론 대출금의 원리금 상환도 어려워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신용평가사 리얼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7월 상업용 부동산의 디폴트율은 3.14%로 전년 동기보다 6배 이상 상승했다. 현재 7000억 달러에 달하는 상업용 MBS(CMBS) 시장이 침체되면서 미 경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CMBS가 두 가지 불행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한 가지는 부실채권 증가이다. 월스트리트의 CMBS 머신들은 거주용을 비롯해 사무실 건물과 호텔, 상가 등 모든 상업용 부동산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가정 하에 임대주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빌렸다. 하지만 부동산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차입자들은 원금은커녕 이자를 상환할 여력도 갖지 못하게 됐다. 이것이 고스란히 부실채권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불행은 이들 대출이 만기가 됐을 때 임대주에게 CMBS 원금을 상환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2012년 말이 만기인 CMBS는 1530억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00억 달러가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WSJ은 비록 이들 부동산의 현금흐름이 원리금을 상환하기에 충분할지라도 부동산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진 이상 차입자는 기존 모기지를 확대하거나 그것들을 새로운 채권으로 교체할 수 없다. 결국 이것이 부동산 보유자뿐 아니라 헤지펀드를 포함한 연기금, 뮤추얼펀드 등 CMBS를 산 투자자들에게까지 손해를 입히게 된다. 따라서 이것이 경기 하강을 한층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CMBS는 상업용 부동산의 디폴트만 높이는 것이 아니다. 은행들은 상업용 모기지와 건설 융자를 포함해 올해 은행 파산을 늘리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채권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것이 은행들의 상업용 모기지발 손실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은행들은 부실대출 증가에 따른 상업용 부동산의 손실을 억제할 수는 없다. 미국 회계기준이 완화되면서 대출 촉진을 강력하게 권고한 것이 부작용이 돼 부실대출을 늘리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 피해 업체로 캘리포니아 남부의 최대 오피스 빌딩 소유업체 중 하나인 맥과이어 프로퍼티즈를 들 수 있다. 맥과이어는 7개 부동산 가운데 6개가 부채다. 맥과이어의 넬슨 라이징 최고경영책임자(CEO)는 "CMBS 관련 대출이 모두 부도에 직면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말한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부진에서 헤어날 조짐을 보이지 않자 미 연준과 재무부는 디폴트와 압류 증가를 막기 위한 지침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2년 넘게 원금의 절반도 회복하지 못한 부동산투자신탁(리츠, REITs)은 안정을 되찾고 있는 가운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구제프로그램에 의한 지원의 손길이 유일하게 닿지 않은 사각지대였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려면 우선 임대주 입장에선 입주자가 늘어야 하지만 그것은 기업들이 본격적인 고용에 나서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또한 고용시장 개선으로 소비심리가 되살아난다면 소매업체들의 매장 역시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WSJ은 이 같은 움직임을 기대하기에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상황은 여전히 너무나 열악하다고 지적한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