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이 최대 악재' 한 목소리, 기업 관계자들 이미 매도 시작
미국의 주요 지수들은 지난 달 중순이후 15% 이상 오르며 블록버스터급 장세를 연출했다. 투자자들은 환호했고 시기를 놓친 자금들도 물 밀듯이 증시로 모여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복한 비명은 다음달부터 괴로움의 비명으로 바뀔 공산이 크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증시가 10여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던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주가가 과열권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하고 나선 것. 급등한 만큼 급락할 가능성도 훨씬 커졌다는 사실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다우지수는 이번 달에만 4% 이상 올랐다. 월간 기준으로 2006년 6월부터 2007년 1월까지 7개월 연속 상승한 이후 최장 기간 랠리다. 경기 침체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주식을 사들이던 투자자들도 이젠 주가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을 만큼 올랐다는데 대부분 동감하는 모습이다. 회사 CEO들과 임원진들은 이미 보유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UBS의 수석 투자가 아트 카신은 “노련한 투자자들은 벌써 팔고 나갔다”며 “랠리는 생각보다 조금 긴 것 뿐”이라고 전했다.
지난 28일 리서치 업체인 트립탭스(TrimTabs)는 “8월 한 달간 회사 관계자 및 임원진의 주식 매도 금액이 61억달러를 넘었다”며 “지난 해 5월 이후 최대치”라고 밝혔다. 트림탭스 CEO 찰스 비더만은 “물론 회사 내부자들의 매도시점이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조사치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잘 알 것”이라며 “이 랠리가 더 오래 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애널리스트들은 금융주의 주가가 주식시장의 가치평가에 유용하다고 말하고 있다. 24개의 지방은행들의 주가를 추종하는 KBW 은행 인덱스는 지난 5월보다 무려 150% 오른 상태다. 파산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AIG는 주가가 연초보다 4배 올랐다. 씨티그룹과 BOA, 웰스파고 등은 최근 연고점을 경신한 후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몇 달간 증시 비관론자들은 ‘랠리가 끝나가고 있으며 투자자들이 현재 경제상황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들은 ”여전히 금융위기가 진행되고 있으며 1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여전히 실업자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라며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하지만 시장은 그들의 경고를 무시한 채 ’오르는 일‘에만 집중했다.
상승폭이 둔화된 지금 월가의 투자자들은 ‘매도’라는 부정적인 단어를 입밖에 꺼내기보다 서로 동반상승할 수 있는 핑계거리를 끊임없이 제조해 내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투자심리지수(Daily Sentiment Index)를 살펴보면 지난 5월 단지 2%만이 낙관론자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투자심리지수는 89% 사람들이 낙관론자로 돌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투자자들은 2007년 10월 다우존스산업지수가 정점에 달했을 때만큼 흥분된 심리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엘리엇 웨이브 인터내셔널의 로버트 프리처는 “지금이 바로 약세장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탐욕을 갖는 순간이 바로 매도시점”이라고 설명했다.
JP모간의 투자 분석가 토마스 리는 “강세장이 약발을 다했다”며 “내가 알고 있는 10%의 사람만이 조정이 올 거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지나친 낙관”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다우존스 지수가 역사적 저점이라고 전망했던 해지 펀드 매니저 도우 카스 역시 지난주 “랠리가 끝나가고 있다”며 “지금이 시점이 팔것이냐 보유할 것이냐를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양재필 기자 ryanfeel@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