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先進國, advanced countries)=경제개발이 앞선 나라를 후진국·개발도상국에 대비하여 이르는 말.'
두산백과사전에 나오는 선진국의 정의입니다. 이 사전에는 "선진국이라는 말은 매우 애매하고 막연하게 사용되는 용어인데, 이 말을 쓰는 측면의 다양성, 이것을 관찰하는 자의 입장의 차이에서 각각 견해가 달라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고도 설명합니다.
이 애매한 선진국이란 용어를 학창시절, 참 많이도 들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돌파하고, OECD에 가입했지만 그때부턴 2만달러가 새로운 목표가 됐습니다.(이 1만달러도 IMF 관리체제에 들어가면서 불과 2년여만에 붕괴된 아픔이 있었습니다.) 이후 2만달러를 돌파하자 다시 목표는 3만달러가 됐습니다. 물론 선진국이 되기 위한 소득 목표였지요. 그러고 보니 이 '선진'을 당명에 쓰는 당도 있습니다. 이 당의 대표가 최근 탈당, 정가의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선진국에 대한 열망은 증시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무려 4수(修) 끝에 우리 증시가 FTSE(Financial Times Security Exchange) 선진국지수에 편입된다는 1년 묵은 재료가 다시 여의도의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이 내용이 처음 발표됐을 때 나온 얘기들이 실제 편입을 앞두고 다시 재탕해 나오고 있습니다.
참고로 FTSE지수는 영국 유력 경제지인 파이낸셜타임스와 런던증권거래소가 공동 소유하고 있는 FTSE그룹이 작성해 발표하는 주가지수입니다. FTSE는 48개 국가 주식을 다루며 글로벌지수를 발표하는데 시장지위에 따라 선진시장(Developed), 선진신흥시장(Advanced Emerging), 신흥시장(Secondary Emerging), 프런티어시장(Frontier) 등으로 구분됩니다. 그동안 선진신흥시장에 포함됐던 한국이 선진시장에 오르게 된 반면 홍콩 H증시가 선진신흥시장으로 떨어집니다. 모건스탠리 MSCI 지수와 함께 세계 2대 지수로 꼽히지만 MSCI보다는 영향력이 떨어집니다.
FTSE 선진국지수 편입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들은 이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규모가 3조달러 내외란 점에 주목합니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FTSE 선진지수와 이머징지수의 비중은 각각 87.6%와 12.4%입니다.
이 점만 보면 다음달부터 글로벌 자금이 밀물처럼 쏟아질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한국은 FTSE이머징지수 내에서 15%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진지수로 옮기면 그 비중은 2% 내외 수준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선진지수에 포함되건 이머징시장에 남아 있건 국내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의 규모는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3조달러*87.6%*2%= 525억6000만달러vs3조달러*12.4%*15%=558억달러) 이 계산대로라면 오히려 유입 자금규모가 소폭 감소합니다.
하지만 선진시장으로 편입되면서 바뀌게 될 한국증시에 유입되는 자금의 성격과 글로벌 증시 내에서 높은 이익모멘텀과 낮은 밸류에이션 등 투자매력도를 고려하면 글로벌 자금의 관심은 이전보다 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적지 않습니다. 영향력이 더 큰 MSCI지수에서도 곧 선진국으로 격상된다면 이 효과는 더 커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번 선진국지수 편입이 단기적으론 바로 수급개선 효과가 나타나기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론 긍정적이란 것입니다. 종목별로는 역시 업종 대표주를 꼽았습니다.
FTSE 선진국지수가 유럽계 자금의 벤치마크 지수로 한국을 잘 모르는 자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외국인들이 업종 대표주에 관심을 둘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선진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의 성격에도 업종 대표주들이 더 어울립니다.
최근 들어 외국인이 꾸준히 사고 있는 종목들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선진국지수에 포함된 이스라엘의 경우, 편입 4개월 전부터 외인이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우리도 최근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외인관심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FTSE 선진국지수에 승격이 결정됐을 때 외국계인 씨티그룹은 수혜주로 삼성전자 포스코 LG전자 현대차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등을 꼽았습니다. 글로벌 경쟁력과 높은 수익성을 가진 기업들이란 이유에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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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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