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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상처만 남긴 OECD 이통요금 조사

승자는 없고 모두가 패자로 전락했다. 30개 회원국의 이동통신 요금을 발표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도, '바가지 요금' 논란에 휩싸인 국내 이통사도, 통신 정책을 주관하는 방송통신위원회도 깊은 상처만 입고 말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지난 11일 이동전화 요금의 국가별 순위를 발표하면서 촉발된 진통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OECD자료에서 한국은 소량(월간 음성통화 44분)부문에서는 25위, 중량(114분)에서는 19위, 다량(246분)에서는 15위를 각각 기록했다. OECD회원국 30개국 가운데 요금이 가장 낮은 나라가 1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요금수준은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지난달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도 비슷한 자료를 발표했던 터라 요금인하 압박이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국내 이통사들만 궁지에 몰린 것은 아니다. OECD도 매끄럽지 못한 운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OECD 조사는 회원국 내 1ㆍ2위 이통 사업자의 요금제를 취합해 국가별로 가장 저렴한 요금제를 도출해내는 비교적 단순한 공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야말로 천차만별인 국가별 요금제 특성을 오롯이 담아낼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평균 요금이 아닌 최저 요금제를 찾는 방식으로는 애초부터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더욱이 OECD는 자료 취합 과정에서 우리나라 KT요금제를 누락했다가 재반영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까지 저지르는 등 스스로 신뢰와 명예를 깎아먹는 자충수까지 두고 말았다.


방통위도 친기업적 행보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드높아지고 있는데도 "요금은 시장자율에 맡기겠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방통위 태도를 둘러싸고 소비자보다는 기업들의 이익 보호에 앞장서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 것은 물론이다.


OECD 보고서 발표와 이통사들의 반박, 방통위의 해명까지 혼란과 논쟁을 촉발시킨 이번 사안의 최대 피해자는 사실은 소비자다. '요금이 비싸다, 아니다' 하는 논란속에서 정부마저 균형을 잃고 친기업적 행보로 일관하면서 결국 소비자들을 두번 울려다는 지적이다.


OECD의 국가별 통신 요금 조사는 격년으로 실시되는데 2년 후 또 다시 논란이 되풀이될 생각을 하니 아찔하기만 하다. 이통요금 문제가 마치 지나가는 소나기처럼 일과성 논란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OECD 발표를 계기로 불거진 여러 사안에 대해 방통위와 이통사 등이 진정한 해법을 내놓아만 한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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