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6일(현지시간) 예상을 뒤집고 채권 매입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 경기를 부양하는 양적완화 정책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런던 증시와 국채 가격은 동시에 상승했고, 파운드화는 약세를 나타냈다.
영란은행의 이번 결정은 최근 경제 지표상 나타나고 있는 반전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 출구전략 이르다..서프라이즈 = 영란은행은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채권매입 프로그램 규모를 기존 1250억 파운드에서 1750억 파운드로 확대하고,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했다.
금리 동결은 예견된 것이지만 채권매입 한도 확대는 예상을 깨는 것으로 시장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최근 발표된 주택가격과 제조업, 서비스업 지표가 회복 신호가 나타나자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됐던 것.
머빈 킹 영란은행 총재는 성명을 통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3개월 간 실시하고, 프로그램 규모는 계속해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란은행은 양적완화 한도를 늘리기 전에 재무부로부터 미리 동의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개된 알리스테어 달링 재무장관과 킹 총재 간의 서한에 따르면 달링장관은 “양적완화 한도를 확대하는 것이 통화정책위원회가 2% 물가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채권 매입 확대..왜? = 이번 결정은 재무부의 장기 경제전망이 여전히 어둡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인베스텍 증권의 필립 쇼우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영란은행의 결정은 앞으로 남은 리스크가 많다는 사실에 무게를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태껏 이뤄진 양적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기업대출 등 유동성공급이 기대치를 따라주지 못했다는 점도 원인이 됐다. 지난 3월 영란은행이 채권매입을 시작한 이래 은행들의 현금보유고는 3배 이상 불어난데 반해 통화공급증가율을 보여주는 통화공급(M4)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2분기 M4는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는데 이는 1999년 이래 최소폭의 성장세다.
또 12년 만에 최대치인 7.6%까지 치솟은 실업률(5월 기준)과 치솟는 가계부채가 소비심리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강했다. 아울러 영란은행은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은 아직까지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RBS의 로스 워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결과가 과거 경제지표와 역행되는 결정이라며 비판한 반면 BNP파리바의 앨런 클라크 이코노미스트는 영란은행의 결정을 환영한 뒤 은행이 한도를 2000억 파운드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런던정경대의 찰스 굿하트 교수는 “양적완화정책을 이어간다고 해서 우리가 잃을 것은 없다, 오히려 얻을 일만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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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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