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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

시계아이콘02분 32초 소요

6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한 해의 절반이 흘러갔습니다. 그것도 화살처럼 빨리 지나가 버렸습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봅니다. 편견과 아집으로 소홀했던 부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상대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스스로를 합리화시킨 흔적도 적지 않았습니다. 모두 ‘내’가 옳았고, ‘너’는 다 틀렸다는 메아리로 온 나라가 들끓었습니다.

지난해의 절반을 돌이켜봤습니다. 쇠고기파동, 촛불정국으로 밤낮을 지새웠습니다. 그리고 꼬리를 물고 들려오는 9월 위기설의 경고음을 무시했습니다. 불황의 터널 속에 갇힌 후에야 ‘아차!’하며 허우적거렸습니다.



그리고 2009년이 시작됐습니다. 모두가 경제위기를 극복하자며 에너지를 모으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습니다.



박연차 회장 수사를 시작으로 끊임없이 터져 나온 의혹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정국·후세의 역사가들은 이것을 상반기 대한민국의 성적표로 기록할 것입니다.



그것뿐입니까? 새로운 정권이 출범했지만 작년 6월 국회는 열리지 못했습니다. 온 나라는 촛불의 위력에 짓눌려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올해의 6월도 다를 게 없었습니다. 여당과 야당은 한 치의 양보없이 국회의사당의 스위치를 꺼버렸습니다.



이러고도 탈이 나지 않을 리 없겠지요. 우리가 이 정도의 자리에 지금 서 있는 것도 어쩌면 다행인지 모를 일입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경제위기를 겪은 나라 중 한국이 유독 모범생으로 평가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기초체력이 그만큼 튼튼하고, 이제 한국경제가 바닥을 찍고 위기의 터널을 빠져나왔다면 우리의 저력이 그만큼 대단한 셈입니다.



그런데 판에 박은 듯 어쩌면 지난해 이맘때와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을까요? 세계은행의 경고가 그렇습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지적이 그렇습니다. 그는 얼마 전 SBS가 주최한 서울디지털포럼에서 한국의 위기극복 능력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는 경제회복의 푸른 싹보다는 노란 잡초의 징후가 더 많다며 비관론에 무게를 둔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 침체의 골이 그동안 생각했던 것보다는 깊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은행이 세계경제의 먹구름을 다시 예고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다시 반년이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의 혼돈과 갈등은 금년 상반기에도 이어졌습니다. 새로운 반년이 시작된 지금도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니 지난해 하반기의 악몽이 다시 떠올려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출구를 모르는 사회갈등 현상이 그렇고 국회의 모습 또한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중환자 신세나 다름없는 쌍용자동차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도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에겐 지금 바깥세상을 보지 않은 채 나라 안에서만 지지고 볶느라 상처가 아물 날이 없습니다. 내 편, 네 편을 가르다보니 서로가 복수심에 가득 차 있습니다.



잘못된 습관, 고정관념, 편견의 흔적이 여기저기 널려 있습니다. 불평과 불만의 조각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파편들이 청소되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나만 잘되면 된다는 집단이기주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그동안 우리가 겪은 경제위기보다 무서운 것들입니다. 결국은 불황을 끌고 오는 불씨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톱니바퀴는 홀로 돌지 않습니다. 그런데 톱니바퀴 군데군데 이가 빠져 있습니다. 돌지 않는 톱니바퀴를 앞에 두고 “왜 돌지 않느냐”며 아우성을 치고 있습니다.



차동엽 신부님이 말한 이기심의 뒤통수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빵장수의 얘기로 내 편만 생각하는 사회, 나만 생각하는 조직, 이로 인해 생기는 갈등과 자기합리화로 결국 뒤통수를 맞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어느 마을에 빵장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가난한 농부로부터 매일 버터를 공급받아 빵을 만들었습니다. 하루는 농부가 가져오는 버터의 양이 미심쩍어 무게를 재 보았더니 역시나 조금 모자랐습니다. 그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빵장수는 여태껏 납품된 버터의 무게를 잰 기록을 증거로 농부를 고소했습니다. 그런데 재판 결과 처벌받은 것은 오히려 빵장수였습니다. 체포된 농부가 진술하기를, 자신에게는 저울이 없기에 빵장수가 만든 1파운드짜리 빵의 무게에 맞추어 버터를 잘라 납품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빵장수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빵의 크기를 줄여 양을 속인 것으로 원인제공을 해왔던 것입니다.



나의 이기적인 꼼수가 돌고 돌아서 자신에게 피해로 돌아온 셈입니다. 남이야 어떻게 되건 나만 잘살면 된다는 식으로 살면 종국에 가서 공동 파멸에 이르게 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입니다.



지금 우리는 누가 농부인지, 누가 빵장수인지 알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모두가 자기합리화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빵의 무게를 속여 놓고 공급되는 버터의 양을 탓하며 스스로 파멸에 이르는 길을 택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술에 취한 사람은 깨어난다. 그러나 돈과 명예에 취한 사람은 깨어나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돈과 명예, 나와 내 편만을 생각하면 깨어날 수 없습니다. 깨어나지 못하면 앞으로 갈 수 없습니다. 미래도 보장되지 않습니다. 새로운 장을 열려면 잘못된 습관, 편견, 고정관념 이런 것들을 비워야 합니다.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잘 비울 때 잘 채울 수 있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절반이 지났다는 말은 절반이 남았다는 얘기입니다. 중요한 것은 남은 절반입니다. 지나간 절반을 아쉬워해본들 부질없는 일입니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지요. 반년이 시작된 지금 비우고 새로 채우지 않으면 새로운 미래는 예약되지 않습니다.



남은 절반, 하반기에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잘못된 것을 비우고 새로운 것으로 채워 나가기 위해 무엇을 비울까? 무엇으로 채울까?를 생각하는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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