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7월은 휴가의 달입니다. ‘불황에 웬 휴가’냐며 못마땅해 하는 CEO도 있겠지만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재벌 총수나 CEO들에게 휴가 계획을 물으면 대부분 ①집에서 경영 구상을 하겠다 ②책 읽으며 보내겠다 ③특별한 계획이 없다 ④반납하고 일 하겠다 등 4가지 중에 하나의 답변을 합니다. 정말로 그렇게 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대외용 휴가 구상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바람직한 계획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로지 일만 하는 것이 경영자의 덕목이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입니다. 열심히 일만 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단견입니다.
미국 경영대학원에서는 휴가를 기업의 위기관리 차원에서 접근합니다.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이 새로운 경영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창조적인 휴가가 경영의 화두로 등장했습니다. 심지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멋진 휴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회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영의 흐름이 이러할진대 ‘칩거하겠다’ ‘계획 없다’ ‘반납하겠다’는 계획 아닌 계획을 되풀이 한다면 전근대적인 경영자에 머물 수밖에 없겠지요.
몇 해 전 이상철 전 정통부 장관이 <이코노믹 리뷰>에 감동이 있는 휴가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이 전 장관은 어느 해 여름 백양사 서옹스님에게서 인생의 큰 가르침을 받았다고 합니다.
“무엇이 생의 근본이 될까요?”
“참사랑이지.”
“참사랑의 요체는 무엇인지요?”
“흐음~ 그것은 자유로움이야.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로움.”
그 해 여름 서옹스님의 짧은 가르침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늘 떠오르곤 한다고, 이 전 장관은 말했습니다.
참 휴가는 버리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겠지만 낡은 것을 버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담겨져 있던 것을 버릴 때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할수록 더 많은 휴식시간이 필요합니다. 혁신적인 사고, 창의적인 사고는 충분한 휴식에서 돋아나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버리는 것도 중요합니다.<내 몸 개혁 6개월 프로젝트>를 쓴 서울대 신건강인 센터 유태우 원장은 ‘내 몸 훈련법’ 첫 걸음으로 생각 중지훈련을 꼽고 있습니다. 명상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지만 이것은 많은 생각이 날 때 내 맘대로 생각을 중지시키는 것이라는군요. 유 원장은 “한국인 중에서 생각하기 싫은데도 계속 생각이 나는 ‘생각중독’에 걸린 사람이 많다”며 “생각중지 훈련을 2주만 해보면 몸이 달라진다”고 말했습니다.
켈트인에게 이런 글이 전해내려옵니다.
“지쳐버린 많은 사람은 그동안 자기 자신에게 시간을 주지 않았다. 일을 잠시 멈추고 자신들의 영혼이 따라올 시간을 주지 않은 것이다. 자신에게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은 단순하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모든 일을 잠시 내려놓고 그동안 무시했던 그대의 영혼이 다시 그대를 만나게 하라. 그것은 그대의 잊혀진 신비와 다시 가까워지는 멋진 일이다.”
<공병호의 ‘초콜릿’ 중에서>
CEO들이여! 올 여름엔 멋진 휴가를 떠나자. 그곳에서 경영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잊혀졌던 나를 되찾읍시다.
이코노믹리뷰 강혁 편집국장 kh@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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