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블로그 ‘트위터’가 새로운 소통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정식 출시되지 않아 생소한 편이지만 트위터의 방문자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웹사이트 분석업체에 따르면 올 1월 5000~6000명에 불과하던 주간 방문자수가 3월에는 1만 명대로, 4월에는 2만명대를 넘어서더니 5월 마지막 주에는 24만명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답니다.
2006년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벤처업체가 만들어 오픈한 트위터는 블로그와 미니홈피, 메신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의 장점을 모아 놓은 소셜네트워크(SNS)서비스로 불과 3년 만에 전 세계에서 3200만명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트위터는 국내 싸이월드의 1촌 맺기와 유사한 ‘폴로’라는 독특한 기능을 중심으로 소통이 이루어지는데 자신이 원하면 상대방이 허락하지 않아도 일방적으로 친구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이용자가 글을 올리면 ‘폴로’를 통해 등록된 친구들에게 동시에 글이 전달되고 또 그 친구에게 등록한 친구들에게 글이 연이어 퍼지는 등 소위 ‘다단계식’으로 글과 정보가 전달됩니다. 공식적으로 제공한 것은 아니지만 ‘리트윗’이란 기능이 전달을 가능하게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달력으로 ‘트위터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통망’이라고 말합니다.
얼마 전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가 캐나다 전지훈련 도중 트위터에 가입해 화제가 됐습니다.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김연아의 트위터를 방문해 폴로 버튼을 눌러 등록하면 되고 실시간 김연아가 쓰는 글을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벌써 1만8000명을 넘었다니 그의 인기를 실감케 합니다. 열렬한 사용자인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폴로는 136만 명을 돌파했답니다. 전 세계에서 최소 136만명이 오바마의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셈입니다.
트위터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그때그때 올릴 수 있지만 한 번에 쓸 수 있는 글자수가 140개로 제한돼 있습니다. 애당초 거창한 논문이나 보고서 등은 접근이 금지돼 있는 셈이지요. 그래서 트위터의 구조는 간단하고 단순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휴대전화와 웹사이트를 통해 짧은 몇 마디를 부담 없이 주고받으며 소통을 하는 것입니다.
트위터의 위력은 요즈음 이란 시위에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습니다. 이란 정부가 대선결과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신문과 방송을 통제하자 트위터가 시위대의 통신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 오후 4시, 카루비 및 무사비와 조용한 항의집회’ ‘주목, 무사비 시위 참여는 오후 5시까지 계속됨’ 등 주요 외신들이 전하는 시위대의 트위터 메시지들입니다. 시위대는 트위터에 ‘이란 대선’이란 코너를 만들고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시위를 지휘하고 조직하며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상황도 실시간 전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미국 뉴욕의 허디슨강에 불시착한 비행기의 비상착륙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 것도 트위터였습니다. 근처를 지나던 배에 타고 있던 한 승객이 현장 사진을 찍어 트위터로 친구들에게 실시간 전송하면서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삽시간 전파됐습니다.
또 지난 20일 아널드 슈워제네거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탄 비행기가 기체 결함으로 비상 착륙을 하자 슈워제네거는 곧 바로 트위터에 “모험이었으나 모든 것이 괜찮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이는 친구로 등록된 40만여명에게 즉시 전달되고 사람들을 안심시켰지요.
기업들도 이미 트위터에 뛰어 들어 적극적으로 기업을 홍보하고 고객을 관리하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21만여명의 고객들과 1대1로 소통하고 있으며 미국의 한 병원은 세살배기 아이의 수술을 하면서 수술 진행과정을 트위터를 통해 가족들에게 실시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항공사는 비행 일정과 날씨 등을 실시간 제공하고 고객들의 불만도 접수하고 있으며 자동차업체들도 통합미디어전략의 하나로 고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요구사항을 접수하는 등 직접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소통도구의 진화는 하루가 다릅니다. 이란은 30년 전 망명중인 최고 지도자 호메이니의 연설을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를 밀반입해 성직자들을 통해 전국에 전파, 당시 혁명의 기폭제가 됐으며 조지프 에스트라다 필리핀 전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낸 2001년 ‘필리핀 피플파워 혁명’ 때는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가 1등공신이었습니다.
또 지난해 우리나라의 ‘촛불시위’에서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시민들에게 참여를 알렸고 인터넷을 이용한 동영상 중계가 현장 소식을 전국에 생생하게 전달했습니다. 사실상 이념적으로 양분된 언론이 편향된 보도를 하는 가운데 인터넷방송의 효과가 국민들을 서울광장으로 끌어냈고 진압 경찰들의 과격한 모습들이 여과 없이 비춰지면서 같이 공분할 수 있었습니다.
트위터는 원래 ‘새들의 재잘거림’을 뜻한다고 합니다. 가볍게 의사소통을 한다고 붙여진 이름이지만 지금은 대중 언론이 차단된 상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기업들의 고객 직접마케팅에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트위터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다양하게 늘어날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던 중 조지위싱턴대 특강에서 트위터를 언급하며 ‘가입을 생각해 보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가입여부는 모르겠지만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트위터가 대중 소통의 장’인 만큼 보다 폭넓게 국민들과 소통하고 국민들의 소리를 경청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곳곳에서 커다란 소통장애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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