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고유가행진에 국내증시가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며 증권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고유가에 울고 웃는 종목들이 서서히 드러나며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고유가행진은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7년 8월부터 2008년 9월까지 두바이유 가격이 70달러를 넘어서며 100달러를 넘나드는 '고유가시대'가 이어진 바 있다. 당시에도 고유가로 종목별 희비가 극명히 엇갈리며 증시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제시됐었다.
2년 전 고유가 행진 당시 가장 큰 피해를 받았던 종목은 항공주. 항공가의 원가 부담이 높아지는 만큼 수익률 악화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에도 항공주의 부진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이다.
10일 오전 9시 1분 현재 대한항공은 전일 대비 0.42% 내리며 7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7거래일 중 이틀만을 제외하고 뒷걸음질 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하락률 (3.06%)보다도 큰 폭의 조정을 보이며 고유가의 부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반면 당시 중국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랠리를 지속하던 조선, 기계업종과 자동차 운행감소의 수혜를 보게될 보험업종은 고유가의 영향을 덜 받는 유망종목으로 제시됐었다. 또한 가격 상승 혜택이 기대되는 석유화학과 정유주도 고유가 수혜주로 분류됐다.
실제 최근 고유가 상승과 함께 석유화학과 정유주의 선전이 예상되고 있다. 이희철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2분기 주요 화학제품 강세로 국내 주요 정유 및 화학업체의 영업실적은 당초 예상보다 양호할 전망"이라며 SK에너지, LG화학, 호남석유화학, 케이피케미칼, 효성, KCC를 유망종목으로 꼽혔다.
최근의 경제환경을 반영, 2009년발(發) 신고유가시대 수혜주도 제시됐다.
증권가는 상품가격 상승의 수혜를 볼 에너지, 소재 업종과 현대차, 기아차 등을 지목했다.
특히 석유를 대체할 대체에너지 관련주는 급등세를 보이며 웃음꽃이 활짝 폈다. 이날 현재 소디프신소재가 전일 대비 1.98% 상승하고 있는 것을 비롯, 주성엔지니어링, 현진소재가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풍력발전기 생산업체인 유니슨도 강세다.
현대차, 기아차의 경우 소형차 비중이 높은 만큼 경쟁사인 글로벌 경쟁사와와 비교해 우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차의 해외판매는 유가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휘발유 가격의 상승은 미국의 빅3는 물론 글로벌 완성차자동차업체의 위축을 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소형차 판매 중심인 현대차와 기아차에 큰 호재"라고 진단했다.
한편 유가의 가파른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정용택 KT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가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유동성 공급과 경기의 반등조짐, 미 달러 약세 등이 맞물려 유가 상승 추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원유에 대한 우리경제의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은 만큼 우리 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지난 2007년 11월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대에 진입한 후 무역수지가 적자로 반전했으며 현재 펀더멘탈이 그 당시보다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 유가 상승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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