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국내에서 첫 원전이 가동된 이후 30년만에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이마저도 2년 6개월이상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말 울진 원자력발전소에 쌓아둔 중저준위 폐기물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월성발전소 역시 연내 포화상태에 다다를 것으로 보여 폐기물 처리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질 전망이다.
1일 지식경제부와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에 따르면 경주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공사에서 예상보다 연악지반이 많아 보강공사를 진행하며 지하 동굴 굴착공사가 하루 4.2m에서 2m로 늦춰졌다. 따라서 1조5200억원에서 7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되며, 2010년 6월보다 2년반 늦은 2012년 12월말께나 완공이 가능하다.
정부가 경주 방폐장 완공시점을 2010년 6월로 잡은 것은 국내 20기 원전 내에 쌓아둔 폐기물들이 포화되는 시점으로 별도의 처리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지하처분시설에 대한 공사만 지연될 뿐 지상의 임시 인수저장시설은 정상적으로 지어진다"며 "오는 7월부터 울진 발전소의 포화된 폐기물을 옮겨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녹색 성장과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원자력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55~60%수준(발전량기준)으로 높일 계획이지만 원전 확대에 필수불가결한 방폐장 대책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
실제 경주 방폐장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한 장갑, 옷 등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장으로 원전 발전에 사용되고 남은 연료인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폐기물) 처리장에 대한 논의는 채 시작도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경부 측은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민간이 고준위 방폐장 공론화 전 과정을 주관하고 진행할 것"이라며 "공론화위원회 설치 근거 등을 담은 방사성폐기물 관리법 개정안을 6월 국회서 처리하고 7월부터 위원회를 구성해 공론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주 방폐장 선정까지 19년의 세월과 2조8000억원의 정부 지원이 진행중인 가운데 2011년까지 부지선정을 마쳐야 하는 고준위 폐기물인 처리장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세계 최대 원전업체인 프랑스 아레바의 레미 오트베르 수석부회장은 "방폐장 대책없이는 원전 확대가 불가능하다"며 "정부나 한 기구에서 일방적으로 처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재은 기자 alad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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