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1일 존엄사를 인정하는 선고를 내렸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회생 가능성이 없이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환자에게는 품위있게 죽을 권리가 주어졌지만, 회생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이유로 존엄사를 선택하거나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확산될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품위 있게 죽을 권리 인정은 환영 = 우선 대법원 확정 판결로 국내에서도 회복이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들어선 환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길이 보장됐다는 측면에서는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회생 가능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공생명 유지장치에 의지해 세월을 보내야 했던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정신적ㆍ경제적ㆍ육체적 고통도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연명치료에 소요되는 가족들의 비용과 함께 사회적 비용도 감소하게 되고, 의료인력도 다른 환자들에게 공급될 수 있다.
◆경제적 이유 존엄사 남발은 막아야 = 그러나 존엄사가 인정됐다고 해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존엄사가 남용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 환자 가족의 경우 회복 가능성 등 의학적 상태와 관계 없이 생명 연장 중단 치료를 선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에게는 필수 생명 연장 치료 비용에 대한 지원제도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다.
또한 현재 연명 치료 거부 결정 10건 중 8~9건은 환자가 아닌 가족에 의해 결정되고 있어 가족의 결정에도 법적 효력을 부여할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생명경시 풍조 확산 우려 = 존엄사 인정에 따른 생명경시 풍조 확산도 우려된다.
마치 개인에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처럼 인식될 경우 자살에 대해서도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것.
박창일 연세대 의료원장은 "이 판결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합리성ㆍ실용성에 근거한 생명경시 풍조는 마땅히 없어야 한다"며 "현재 병원 등에서는 회복 가능성이 있는 식물인간조차도 보호자들이 존엄사 요구를 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자살조차도 개인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인식조차 있는 상황에서 향후 사회단체나 개별 병원 또는 개인이 경쟁적으로 존엄사에 대해 의견 발표 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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